* 텃밭을 3년째 일구고 있습니다.
작은 밭이기는 하나 막상 농사일을 하려고 하니 사실 아무것도 아는게 없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가꾸고며 최선을 다했지만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농작물을 망친경험이 있기에
몇자 아는대로 적어았습니다.
농사는 적절한 시기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한 여건으로 우선 절기별로 할 수 있는 순서를 나열해 보았으니 새내기 농사꾼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선조들은 음력을 기준으로 1년을 24절기로 나누어 절기별 농경작업과 세시풍습, 기상변화 등을 통해 자연과 일체감을 터득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지혜를 발휘하였습니다. 농사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일기(천기)를 읽는 것이 우선입니다.
주말농장이나 작은 텃밭을 일구는 분들께 24절기에 따른 시기적 농사법을 차례로 소개하니 시기별 작물의 선택과 농사에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 농사의 시작 立春(2011년 2월 4일)
파종은 춘분을 기점으로 하지만 농사는 2월 초순인 입춘 때부터 시작한다. 농사 시작의 핵심은 거름 만들기다. 거름은 작년 늦가을 한해 농사를 끝내고 만들었다가 입춘 때 거름더미를 뒤집어준다.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부드러워진 거름을 뒤집어주어 산소를 공급해주면 따뜻한 봄 날씨에 더 발효가 잘된다.
대보름 때는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등으로 한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하지만 잡초를 태우면서 살균, 살충도 하고 잡초 씨를 태워 미리 제초작업도 겸해서 한다. 또 겨우내 추위로 들뜬 밀과 보리의 뿌리를 밟는 보리밟기도 해준다. 더불어 밭의 이곳저곳을 돌며 정돈도 하고 청소도 하며 문제 있는 둑이나 고랑을 손질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농사의 시작은 종자의 손질이다. 작년 가을에 갈무리 해둔 종자 주머니를 꺼내 공기도 쐬어주면서 문제 있는 씨앗들은 골라내고 좋은 놈들만 다시 골라 정성껏 선별하여 손질해둔다.
요즘은 온실이 발달하여 여름 작물도 이때부터 파종을 해서 모종을 키운다. 고추와 고구마가 대표적이다. 보통은 입춘 지나 우수나 경칩에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주말농장이나 텃밭을 운영하는 분들은 아직은 조금더 기다림이 필요하다
* 2011년 2월 19일(雨水) ~ 3월 5일(驚蟄)
입춘이 되었지만 피부로 느끼는 계절은 아직 겨울이다. 입(立자)가 들어가는 절기들이 다 마찬가지다. 立夏가 되어도 피부로는 아직 봄이고 立秋가 되어도 말복이 남아있고 立冬이 되어도 가을 기운이 뚜렷한 것을 느낄 수 있다.
봄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雨水 때이다. 우수 때 오는 비는 풍년을 예고하는 아주 고마운 단비다. 겨울 땅의 언 기운이 녹기 시작하면서 봄 땅에서 새 생명이 움트기 시작한다.
雨水의 따뜻한 기운이 점점 커져 경칩(驚蟄)이 되면 겨울잠에서 개구리가 깨어나고 벌레들도 깨어난다. 그런데 이 때 갑자기 불어 닥치는게 꽃샘추위다. 立春도 한참 지났는데 겨울의 남은 찬 기운이 봄기운을 시샘하면서 남은 모든 추위를 내뿜는다. 사람도 봄이 다 온 줄 알고 옷을 한 꺼풀 벗었다가 방심하면 감기 걸리기 딱 좋듯이 벌레들도 봄인줄 알고 땅 위로 나왔다가 매서운 꽃샘추위에 동사하고 만다. 그러나 꽃샘추위가 오질 않으면 그해는 해충들이 극성을 부리기 때문에 꽃샘추위도 꼭 필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 '파종'의 시작 2011년 3월 20일 (春分)
낮과 밤이 같아지는 시기가 春分이다. 씨앗 파종은 춘분 이후부터 가능한데, 그 까닭은 이때부터 날씨가 영상으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춘분 때 모든 작물을 다 심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로 단일성(短日性), 즉 해가 짧아도 잘 자라고 저온성(低溫性), 즉 낮은 온도를 좋아하는 봄 작물을 심는 시기이다.
가장 빨리 심는 작물은 감자로 春分 때 심는다. 그러나 강원도 영서지방은 아직도 추위가 남아있어 보통 4월 초순부터 중순경에 심는다. 감자는 싹이 나는데 3주에서 한달이나 걸리기 때문에 싹이 났을 때는 이미 날씨가 매우 따뜻할 때라 냉해 우려가 없지만, 다른 봄 작물들은 싹이 비교적 빨리 나오기 때문에 일찍 심으면 냉해를 당할 수 있다. 낮이 길어지고 영상이 날씨라 해도 아직 변덕이 심할 때라 춘분 지나 4월 초 청명 때 심는 게 안전하다.
봄 작물로 대표적인 것들은 잎을 먹는 채소 작물들이다. 상추, 쑥갓, 엇갈이 배추, 열무, 무, 홍당무 등이다.
* 안전하게 '파종'할 때 2011년 4월 4~5일(淸明․寒食)
3월 말 춘분이 지나면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지만 확실한 영상의 날씨는 청명 이후에 보장된다. 청명은 우리나라 4대 명절 중에 하나인 한식(寒食)과 거의 일치한다. 冬至 후 105일 째는 되는 날이 한식이어서 청명과 같거나 하루 차이가 난다. 한식 때가 되면 바람이 심하여 불을 지피지 않고 찬밥을 먹었다 하며, 또 중국 충추시대 때 산속으로 숨어 들어 불에 타 죽은 진나라 충신 개자추를 기리기 위해 이날만큼은 불을 쓰지 않은 찬 음식을 먹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춘분에서 청명 때는 대체로 봄바람이 세게 분다.
여하간 춘분때가 파종의 시작이지만 아직 꽃샘추위를 방심할 수 없어 청명을 기준으로 파종하는 것이 좋다. 나무도 청명이 지나면 완연한 봄기운에 본격적으로 뿌리가 활동에 들어가기 때문에 식목일에 묘목을 심는 것이다.
* '모종'의 시작 2011년 4월 20일(穀雨)
곡우 또한 농사에서 중요한 절기다. 곡우가 지나면 서리가 거의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곡우 때 비가 오면 그해 풍년이 든다 했다. 곡식에 좋은 비가 온다 해서 곡우(穀雨)다.
곡우 전에 모종을 사다 심으면 서리 냉해를 입는다. 이 때 시장에서 파는 모종들은 대개 하우스용이라 보면 된다. 곡우 지나 입하 때 심는게 제일 안전하다.
고추, 가지, 토마토 등 여름 노지작물들은 열매를 먹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무, 당근, 감자 등 부분적으로 뿌리를 먹는 것들도 있다. 여름작물들의 특징은 광합성으로 영양을 많이 생산해야 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햇빛이 좋아야 하고 온도가 높아야 한다. 봄 작물에 비해 장일성(長日性)이고 고온성(高溫性)이다. 논의 벼 빼고는 대부분 물이 잘 빠져야 하고 통풍이 좋아야 병해에 강해지고 과실이 풍부해진다.
대표적인 작물로 고추, 오이, 호박, 토마토, 수박, 참외, 옥수수, 고구마, 토란 등이다.
* 안전하게 '모종'할 때 2011년 5월 5일(立夏)
곡우부터는 모종을 본밭에 아주심기를 할 수 있지만 중부 지방에선 아직 서리 기운이 남아있어 곡우 지나 입하 때 아주심기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 입하는 양력으로 5월 5일쯤으로 어린이날 아주심기를 한다 생각하면 더 외우기 쉽다. 입춘이 피부로 느끼기에 아직 겨울이듯이 입하가 되었지만 여름 기운을 피부로 느끼기에는 아직 이르다. 5월 말 소만이 되면 낮부터는 제법 피부로 느낄 만큼 여름의 기운이 드러난다. 말 그대로 작게(小) 점점 차(滿) 오르는데 작은 여름이라 할만하다.
* 모내기의 시작 2011년 6월 5일(芒種)
6월 초 망종은 까끄라기가 달린 곡식을 거두거나 심는 절기다. 망종의 망(芒)자가 바로 까끄라기 망자다. 겨울작물인 밀과 보리는 거두고 벼는 모내기를 한다.
벼는 4월 곡우 전 조팝꽃이 필 때쯤 파종을 해서 한달 반쯤 키워 망종 때 모내기를 한다. 요즘은 뭐든지 빨리 심는 것이 유행이 되어 5월 말인 소만 때부터 모내기를 하기도 한다.
옛날 하늘에서 내리는 비로 농사를 지을 때는 봄가뭄이 들면 모내기를 하염없이 기다려 장마가 시작되는 6월말 하지에도 모내기를 하기도 하는데 이를 하지 벼라 한다.
* 망종과 단오(6월 8일)
요즘은 소만 전에 벌써 다들 논에 모내기를 끝내지만 예전에는 소만 지나 망종쯤부터 모내기를 시작했다. 보통 단오절과 일치한다. 4대 명절인 추석, 설날, 한식은 조상들께 차례지내는 가족의 축제인 것과 달리 단오는 마을의 집단 축제로 4대 명절 중 제일 큰 축제였다. 단오는 한마디로 모내기 행사이다. 농사 가운데 제일 중요한 벼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인 것이다. 모내기를 하기 전 일단 마을 사람들이 한바탕 잔치를 벌여 놀고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두레회의를 열고 마을의 모내기를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단오는 우리 민족에게는 제일 큰 공동체 행사였기 때문에 식민통치 시기 저항의 뿌리를 말살하려한 일제에 의해 없어지고 말았다.
* 여름 작물 마지막으로 '파종'할 때 2011년 6월 21일(夏至)
곡식들은 하지 전에만 심으면 수확할 것이 있다고 했다. 이렇게 늦게 심는 것은 가뭄이 심했을 경우가 제일 크지만 그밖에 다른 이유 때문에 늦게 심을 경우 하지만 넘기지 않으면 된다는 뜻이다. 하지는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기점이다. 하지를 기점으로 여름작물들은 육체 성장을 끝내고 생식 생장으로 넘어간다. 사람으로 치면 사춘기로 접어든 것이다. 일찍 심은 놈이나 늦게 심은 놈이나 하지를 기점으로 생장이 바뀌는 것이다. 때문에 하지 전에만 심으면 제대로 다 크지는 못해도 먹을 것이 달린다는 말이다.
가로등이 밝아 곡식들이 알곡을 제대로 맺지 못한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작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깜깜할 때 짝짓기 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 벼가 나이 먹는 복날 小暑(7월 7일) 大暑(7월 22일)
복날은 음력도 아니고 양력 절기도 아니다. 복날은 간지력(60갑자)으로 만든 날인데, 7월 초 소서를 지나 첫번째 경(庚)자 들어가는 날이 초복이고, 열흘 뒤 두 번째 경자 든 날이 중복이고 세 번째는 입추를 지나 오는 경자 들어가는 날이 말복이다. 말복은 그래서 열흘이 아닌 20일이 지난 뒤에 오기도 한다.
벼는 초복 때 한 살 먹고, 중복 때 두 살 먹고, 말복 때 세살을 먹는다고 했다. 이 때 벼와 함께 피도 쑥쑥 자라는데 오히려 벼보다 성장이 빠르다. 옛날엔 일일이 피를 손으로 잡아줘야 했다. 복날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김매기를 하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래서 몸을 추스르고자 먹은 영양식이 바로 개고기였다. 복(伏)자는 사실 개 복자가 아니라 숨을 복자인데, 가을 뜻하는 경(庚)이 아직 땅에 강하게 남아있는 화(火)가 무서워 숨는다 해서 복날인 것이다.
* 배추, 시금치 '파종'할 때 8월 7일(立秋)
가을에 들어선다는 입추지만 실제로는 아직 여름이다. 게다가 입추 지나 말복이 있으니 아직 한참 뜨거운 여름철이다. 그런데 왜 입추일까? 입추가 되면 열대야는 사라진없다. 아침 저녁으로 이제 쌀쌀한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바로 이때 가을배추를 파종한다. 가을작물들은 봄 작물과 거의 같다. 말하자면 단일성(短日性)이며 저온성(低溫性)작물이다. 다만 봄엔 점점 따뜻해져서 나중엔 꽃대가 올라오지만 가을엔 점점 추워지기 때문에 꽃대가 올라오는 게 아니라 작물이 겨울 준비를 하느라 몸에 당분을 축적한다. 그래서 가을 작물이 더 맛있다. 입추 때 파종하는 것은 배추 외에 시금치가 있고 대부분은 입추 지나 처서 때 파종한다. 무, 쪽파, 갓, 상추, 등이고 알타리는 9월초 추분 때 심어도 된다.
* 배추 '모종'과 무 '파종'할 때 8월 23일(處暑와 伯仲)
말복도 지나고 처서가 되면 더위가 수그러들고 찬 기운이 새벽을 깨운다. 그래서 모기바늘이 꺾이는 게 처서 때다. 처서가 되어야 모기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이제야 가을을 느낄 수 있다. 가장 먼저 심는 김장배추는 입추 때 심지만 김장배추와 쌍을 이루는 무는 처서 때 심는다. 홍당무도 이때 심는다.
입추 지나 말복을 거치면 더위도 한결 가시지만 논에서는 마지막 김매기를 끝내고 났기 때문에 일도 한결 여유로워진다. 음력 7월 15일은 일명 호미씻이라는 명절인데 논호미질을 그만 끝내고 씻어둔다는 뜻에서 나왔고, 머슴생일이라는 이름도 머슴이 일년중 제일 힘든 일을 끝냈다는 뜻에서 나왔다. 이때쯤이면 밭에서는 여름작물들이 열매를 풍성이 맺는다. 요즘엔 일찍 열매를 맺는 개량종들이 대부분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토종 작물들은 대개 입추쯤부터 열매를 본격적으로 맺기 시작한다.
* 마지막으로 가을 작물 파종할 때 9월 7일(白露)
백로가 되면 마지막 가을 작물들을 심는다. 알타리, 쪽파, 시금치, 갓이 대표적이다. 무씨가 남았으면 알타리 대신 무를 심는다. 늦게 심었으니 김장무라도 알타리 만큼 밖에 자라질 못하는데 맛은 더 좋다. 백로가 되면 밤이 춥고 찬이슬이 맺히는데, 아직 백중 이후 농한기가 남아있다. 옛날엔 잠시 한가해진 틈을 타 친정집 다녀오는 때가 백로였다고 한다.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추분부터는 수확의 계절 이다. 추석이 이 근방에 있는 것도 수확과 관계가 깊다. 햇곡식을 제일 먼저 먹는 것이 추석이므로 한해 수확을 감사드리는 추수감사절과도 같다.
* 겨울 농사의 시작 寒露(10월 8일)
10월 초 한로가 지나면 겨울을 나는 작물들을 심는다. 곧 된서리가 오는 상강이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대표적인 밀과 보리는 싹이 나서 세치 정도, 그러니까 검지 손가락 크기 정도 되어 추운 겨울을 맞이해야 한다. 그래야 추위를 버틸 수 있다. 너무 작게 자라 싹 정도이거나 너무 크며 동해를 입을 수 있다.
마늘은 입동 전에만 심으면 된다. 중부 지방에선 마늘을 종근으로 심으면 겨울 전에는 싹을 틔우지 않고 월동을 했다가 봄에 싹을 틔운다. 남부 지방에서 밀 보리처럼 어느 정도 키워 겨울을 맞는다.
* 김장배추 묶을 때 10월 23일(霜降)
상강(霜降)은 말 그대로 된서리가 내리는 절기다. 뜨거운 햇빛을 좋아는 여름작물들은 된서리를 맞으면 뜨거운 물에 데친 듯 잎들이 축축 처져버리고 만다. 잎도 못 먹고, 열매도 맛이 떨어지고 고구마 같은 경우는 땅 속에 있기 때문에 피해가 덜하지만 된서리를 맞으면 보관이 오래가지 않는다. 상강이 오기 전에 여름작물들은 갈무리를 다 해두어야 한다.
그러나 요즘 여름작물들은 빨리 열매 맺고 빨리 갱년기가 찾아오는 것들이라 사실 상강이 아니라 한참 전에 좋은 시절이 다 끝난다. 토마토, 오이, 애호박 등은 입추가 지나면 별볼일이 없다. 고추는 그만큼은 짧지는 않지만 좋은 철이 지난 것은 마찬가지다.
토종들은 늦게 열매 맺지만 그만큼 늦게까지 열매를 맺는다. 대표적인 것이 조선호박이다. 조선호박은 암꽃, 수꽃이 달라 열매도 늦게 맺을 수밖에 없지만 입추 즈음 되면 한참 열매를 맺는다. 그래서 봄에는 애호박 심어 먹고, 여름과 가을엔 조선호박 먹고 더 늦게는 늙은 호박을 먹으면 된다.
상강 전에 가을배추는 끈으로 묶어주어 보온을 해주는 게 좋다. 그리고 곧 입동이 오면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기 때문에 무는 미리 거두어 땅에 묻고 무청은 시래기로 만들어두는 게 좋다.
* 배추 무 수확과 김장할 때 11월 7일(立冬)
입동이 되면 겨울 작물도 다 심고 수확도 다 마친 시기로 본격적으로 겨울 날 준비를 해야 한다. 한국의 겨울철 대표음식으론 역시 겨울 나는 데에는 김장이 핵심이다.
* 小雪(11월 22일)과 大雪(12월 7일)
소설부터는 살얼음이 얼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추위가 시작되는 것이다. 대설에는 눈이 적당히 내려주어야 내년에 풍년을 기약할 수 있다.
* 冬至(12월 21일)와 크리스마스
동지를 기점으로 해가 점점 길어진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동지를 정월로 삼은듯 하다. 이때 쯤에 크리스마스를 잡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예수의 탄생을 서기의 기점으로 삼았듯이 예수 생일을 새해 시작으로 잡은 것이다. 그런데 아마도 해를 중요시하는 유목민의 전통 때문에 동지를 기점으로 삼았지 않았나 싶다.
동지 때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야 내년 풍년이 든다고 한다. 겨울이 추워야 병해충들이 청소가 되기 때문에 동지 때 날씨가 춥다면 겨울이 추울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그리 생각한 것 같다.
* 大寒(1월 21일경)과 小寒(1월 6일경)
겨울은 역시 소한과 대한 사이의 시기이다. 중국 화북지방에서 만들어진 24절기력이 한반도에 들어와서 토착화된 측면의 하나로 소한과 대한의 관계를 얘기한다. 화북지방에선 당연히 대한 때가 가장 추워 그 때를 대한이라 했는데 우리나라는 소한 때가 더 추워 “대한이 소한집에 놀러왔다가 얼어죽는다“라는 속담이 만들어진 것 같다.
우리 겨울의 특징은 삼한사온이다. 3일은 춥다가 4일은 따뜻한 흐름이 순환되는 것이다. 이 추위는 한해 농사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겨울이 추워야 한해 병해충이 덜 극성을 부리는데 그냥 추워서도 안된다. 사흘은 춥다가 나흘 따뜻하면 벌레들이 봄이 된 줄아 겨울잠에서 깼다가 속아 별안간 몰아닥친 강추위에 얼어 죽는 것이다. 흙도 이런 추위의 순환에 따라 더욱 고와진다. 흙 속에 남아있는 수분이 추위 때문에 어는데 물은 얼면 부피가 늘어나 딱딱한 흙을 더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三寒四溫도 실종된 시기로 이제는 지역마다 나름대로의 일지를 파악해 농사를 지어야 할 때이다.
하기사 이제는 계절도 시기도 필요없는 하우스재배로 사계절 내내 과일이나 채소류를 만날 수 있으나 우리의 몸은 노지 제철에 생산되는 과실과 채소가 최고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