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문학 36

양마니 단상

* ‘먹방'이라는 신조어로 요즈음 TV 프로그램이 출렁거리고 있다. 너무 많이 먹는 폭식만 아니라면 정말 괜찮은 프로이다. 복스럽게 먹는 모습을 보다보면 마치 함께 먹고 있는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먹방의 인기는 풍족해진 먹거리 시대의 대리만족이다. 먹을 입에 비해 음식이 부족했던 시절의 아침인사는 ‘진지 잡수셨어요.’였다. 식사를 거르지 않았냐는 염려와 관심이 배여 있는 말이었다. 요즈음에도 전혀 다른 의미지만 ’언제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이 유행한다. 하지만 음식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어쨌거나 먹고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뭇 여성들이 탄수화물을 거부하며 다이어트를 하고 있지만 오히려 새롭고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구는 더 높아졌다. 그 바램을 먹방이라는 예능을 통해 대리만족으로..

심창섭의 글 2021.12.26

십이월의 지청구*

* 또 하나 동그라미를 보탠다. 해마다 하나씩만 그렸을 뿐인데 어느덧 겹겹의 세월로 그려진 나이테를 마주한다. 육갑六甲을 지나 또 강산이 변한다는 산을 넘고 있다. 돌아보니 아득하다. 언제 이렇게 많은 날들이 지나쳤는지는 모르겠다. ‘열심’이라는 신조 하나로 달려왔을 뿐인데 그 많은 날들이 바람처럼 지나쳤다. 언제나 기다리며 보내야 하는 것이 시간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세월은 기다림 아닌 돌아봄이었고 회상이었다. 태어난 햇수가 꽤나 멀어졌다. 돋보기를 허리춤에 차고 다녀야 마음이 놓인다. 지난 봄날 화사한 꽃을 마주하면서도 몸이 근질근질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변화를 수용하는 것이라는 걸 실감한다. 도원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가 떠오른다. 그렇게 살고 싶었다. 마음대로 되겠냐마..

심창섭의 글 2021.12.26

모모한 일상

* 코로나19로 지구촌이 비틀거리고 있다. 인종과 지역에 관계없이 모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답답한 세상의 한가운데 내가 서있게 될 줄이야! 아마 역사는 코로나가 21세기를 흔든 재앙으로 기록할 것이다. 1·2차 세계대전보다도 더 인류를 두려움에 떨게 한 실체 없는 상대였다. 국경도, 무기도, 이념이나 종교도 아닌 보이지도 않는 한방(onepunch)으로 지구촌이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인류를 한 번에 가장 많이 죽인 것은 전쟁이 아닌 질병이라고 한다. 14세기에도 2억여명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흑사병이 있었다. 이후에도 스페인 독감, 홍콩독감, 신종플루, 사스와 메르스 등 몇 차례 독감바이러스와 에이즈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동안 당연시 여겨졌던 평범한 일상들이 지워지고 통제되고 있다. ..

심창섭의 글 2021.12.26

독수리 검법

* 톡, 톡, 토옥~ 타 닥! 낙숫물 소리가 그치지 않고 이어진다. 느리기는 하지만 나름의 박자감이 있다. 소리가 울릴 때마다 모니터 화면에 모음과 자음이 결합되며 글자가 한자씩 완성된다. 마치 석수장이가 글자를 새기는 듯 지극한 노력과 정성이다. 독수리 타법보다도 더 느리다는 낙숫물 타법이다. 양손의 검지와 중지가 나름 바쁘게 움직이지만 더듬거리는 거북이걸음이다. 게다가 병아리 물먹고 하늘 보듯 쉴 새 없이 자판과 화면을 보며 까닥이는 고갯짓까지 동반한다. 그런 모습으로 27여년의 직장생활을 마감했다. 참 둔하고 딱한 사람이라고 하겠지만 변명할 사연이 꽤나 길다,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서류는 펜으로 작성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이후 사무실마다 타자기가 놓였지만 그건 여직원의 몫이었다. 직원들..

심창섭의 글 2021.12.26

수필 '모모한 일상'

모모한 일상 * 코로나19로 지구촌이 마구 흔들리고 있다. 인종과 지역에 관계없이 모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답답한 세상의 한가운데 내가 서있게 될 줄이야! 아마 역사는 코로나가 21세기를 흔든 재앙으로 기록할 것이다. 1·2차 세계대전보다도 더 인류를 두려움에 떨게 한 실체 없는 상대였다. 국경도, 무기도, 이념이나 종교도 아닌 보이지도 않는 한방(onepunch)으로 지구촌이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인류를 한 번에 가장 많이 죽인 것은 전쟁이 아닌 질병이라고 한다. 14세기에도 2억여명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흑사병이 있었다. 이후에도 스페인 독감, 홍콩독감, 신종플루, 사스와 메르스 등 몇 차례 독감바이러스와 에이즈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동안 당연시 여겨졌던 평범한 일상들이 지워지고 ..

심창섭의 글 2020.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