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그동안 넘은 산들이 꽤나 많았던것 같습니다.
*
또 떠나가는 가을을 기억하고자 산에 올랐습니다.
저 만큼의 거리에서 희미한 기억으로 중첩되어 떠있는 먼산의 실루엣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홀로 산상의 너른 바위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마주앉아 무언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돌아와 생각하니 무슨 말을 했었는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데도
'나'라는 존재를 돌아보다가 '나'라는 존재를 잠시 잊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저렇게 많은 봉우리가 우리 앞을 가로 막고 있지만
저 산을 주어진 시간 안에 반드시 넘어야할 의무가 없었기에
그저 한 폭의 동양화처럼 떠오른 능선을 바라만 보았습니다.
그 동안의 삶속에서 숙명처럼 저 산들을 넘어 왔었는지,
가로막힌 저 높은 봉우리 앞에서 그저 막막한 좌절감에 돌아서지는 않았었는지,
아니면 정상에서 더 오를 곳이 없다며 환희의 함성을 소리쳐 보았었는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읍니다.
돌이켜 생각하니 저 산과 마주하기 위해 헉헉대며 숨차했던 잠시전의 수고로움까지
잊고 있던 순간이었습니다.
저리 큰산도 한발짝 물러서면 희미하게 떠오르듯
지난 시간은 이렇데 조금씩 지워지며
아픔까지도 아름답게 기억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화천의 광덕산 정상에서 굴곡의 인생을 생각하며 잠시 사색에 빠졌던 순간의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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