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의 백치미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
디지털 카메라를 하나 마련했습니다.
자동모드가 있어 스스로 영상을 담아주나 했지만
그 역시 옛 친구인 아날로그 사진기나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조용히 다가서 그의 귓속으로 입김을 불어넣고
가슴속 사각주머니(픽셀)에 작은 세상의 씨눈을 담아 봅니다.
가난한 예술가의 주머니를 생각해준 그의 뜻을 기억하며
필름 없는 영상을 부지런히 담았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도 전
얼떨결에 누른 버튼하나로 모든 걸 지워준
그의 뛰어난 능력에 머리가 하얗게 변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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