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창섭의 포토에세이

심창섭의 포토에세이 206

심봉사(심창섭) 2012. 12. 21. 08:18

 

 

그 친구의 백치미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

디지털 카메라를 하나 마련했습니다.

자동모드가 있어 스스로 영상을 담아주나 했지만

그 역시 옛 친구인 아날로그 사진기나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조용히 다가서 그의 귓속으로 입김을 불어넣고

가슴속 사각주머니(픽셀)에 작은 세상의 씨눈을 담아 봅니다.

가난한 예술가의 주머니를 생각해준 그의 뜻을 기억하며

필름 없는 영상을 부지런히 담았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도 전

얼떨결에 누른 버튼하나로 모든 걸 지워준

그의 뛰어난 능력에 머리가 하얗게 변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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