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강을 따라 춘천으로 떠나는 기ck여행
아직도 단선이라 기차가 마추칠때면 열차는 간이역에 서서 그가 올때까지
기다림의 미학을 즐긴다.
느리기는 해도, 가끔씩 연착을 해도
그래도 춘천과 서울을 오가는 경춘선은 간이역이 있어 정겹기만 하다.
이제 머지않아 전철이 완성되면 느림의 미학 속에서 만나던 이런 아름다운 풍경들을
볼 수가 없단다.
기차는 경기도 가평을 지나면서 북한강 철교를 건너 영화 "편지"의 촬영지로 경기도와
강원도의 첫 글자를 딴 경강역.
역원조차 없는 빈 역사가 와롭게 완행열차를 기다리는 외로운 백양역.
대학생들의 MT장소로 유명하며, 역난간을 수놓은 수많은 사랑의 낙서가 그려진 강촌역.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의암역 빈터를 지나치면
"봄봄"의 작가 문인 김유정의 이름을 딴 김유정역(옛 신남역)이 예쁘게 단장하고 있다.
물론 그 다음은 경춘선의 종착역인 남춘천역이랍니다.
예전 비망록에 적어두었던 글 한줄이있기에나 올려본다.
-경춘선 백양 역에서-
- 백걍역, 그의 이름 앞에 그리움이란 단어를 붙인다.
텅 빈 플랫 홈에서 한 소녀가 열차를 기다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것 같은 긴 이별과
한 폭의 수채화같은 수줍은 풍광이 떠오른다.
역무원조차 없는 호젓한 간이역
대합실 벽면을 채운 낙서들.
기억조차 희미해진 사연들이 전설로 남아 수군거리고 칠 벗겨진
나무의자에 진득한 외로움이 묻어난다.
“기차에 올라탄 후 승무원에게 기차표를 발급받으셔요.”
무뚝뚝하게 걸려있는 안내문
하루에 서너 번 정차하는 열차를 위해 키 큰 신호등이 충혈된 눈을 껌벅거리고,
바람이 일 때마다 샛노란 천일국 무더기가 몸을 누이는 풍 경조차 눈물겹다.
언제부터인지 시가 되고, 소설이 되고, 영화 속의 명소가 되었지만
머지않아 사라져갈 간이역
바람을 가르며 지나치는 급행열차를 느긋한 마음으로 바라보다
울컥 그리움 솟아 보내지도 못할 한 장의 연서를 쓴다.
기름기 절은 침목사이로 멀리서 속삭이듯 들려오는 기적소리.
그리움마저 하얗게 부셔지는 북한강 은빛물결이 가슴에 안긴다,
가슴이 벅찰 정도로 떠오르는 詩語들을 주체할 수 없어
기다리던 완행열차마저 말없이 보내고 나서 나는 시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