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개인전 " 부유의 풍경">
寫眞으로 春川의 詩를 쓰다.
- 전혀 낯설지 않은 안개가 수시로 도시를 품는다.
바람이 일때마다 안개덩이가 또 다른 안개 속으로 빠져든다.
오늘도 물기 먹은 도시는 파스텔조의 풍경만을 고집하고 안개 속에서는 형상들이 술래잡기를
반복하고 있다. 안개는 한 걸음씩 발걸음을 내 딛는 만큼만 시야의 열고
닫힘을 허용한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아
조바심도 인다.
내 사진이 그랬다.
오랜 시간을 사진과 동행했음에도 나의 길은 늘 안개 속이었다.
주어진 공간을 벗어나고자 오랫동안 나의 의식을 감싸고 있던 벽을 허물어 보고자 했다.
세월의 고집스러운 허물이 생각보다 단단했다.
이번 전시작의 모티브(motif)는 북한강과 소양강이 달려와 하나가되는 의암호 주변 에서
내 화인더 속으로 다가온 抒情的 풍경들이다.
호반의 도시. 안개의 도시로 불리는 춘천
대문만 열면 마주하는 호수는 혈관처럼 나를 지탱하고 키워준 자양분이었다.
비록 엔젤 아담스 풍의 장엄한 풍경은 아니지만 호수, 바람, 그리고 안개가 연출하는
호반의 하모니를 시인의 감성과 화가의 화폭으로 이미지화 하고자 했다.
어찌 自然의 변화를 평면의 인화지에 옮길 수 있으랴 마는 오랜 시간 함께하며 교감을 나누는
기다림과 애정의 눈길이 없이는 마주할 수없는 아나로그적 풍경이기도 하다.
다만 좀더 작위적인 모습으로 타성을 벗어나 보고자 했으나 이미 자리한 습관적 표현력과
감성을 어쩔 수 없이 수용하면서 사진으로 春川의 詩를 쓰고자 했다.
자연의 行間 속에 숨겨져 있는 詩語를 찾아 나만의 感性으로 느껴보았다.
湖水가 있기에 나는 幸福했고, 春川사람이기에 짙은 안개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가끔은 전망 좋고 커피 향 좋은 카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행복에 겨워했다.
오늘도 水面은 바람 한 점에 몸을 맡긴 채 출렁이고 있다.
물을 차고 오르는 물새의 실루엣이 순수의 餘白을 채우는 순간 문득, 떠오른 詩想에 셔터를 누른다.
경쾌한 셔터소리가 호수 면을 타고 흐른다.
비록 가슴을 떨리게 하는 감동은 없을지라도 나는 사진으로 시를 쓰는 잊혀지지 않는 춘천의 詩人이고 싶다.
안개 속에서 건져 올린 눅눅한 영상이 오늘의 강한 햇살을 견딜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 심창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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