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상식

12지신상 사진과 설명(2) 용, 뱀, 말, 양

심봉사(심창섭) 2011. 1. 2. 15:37

 

 

 

龍은 봉황, 기린, 거북과 함께 “4靈”의 하나로 상상의 동물이다. 그러나 실존하는 어떤 동물보다도 용은 최고의 권위를 지닌 최상의 동물이다. 용은 다른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최상의 무기를 모두 갖춤과 동시에 무궁무진한 조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용은 우리의 생활과 의식구조 전반에 걸쳐 깊이 자리하면서 수많은 민속과 민간신앙, 설화, 사상, 미술품, 각종 지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특히 신라인은 나라를 지키는 호국용(護國龍)을 탄생시켜, 우리의 사상사에서 빛나는 호국정신의 극치를 이루기도 하였다.
용의 해에 출생한 용띠 사람들은 건강하고 정력적이며 정직하고 용감하고 감수성이 예민하며 신뢰감이 두터운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한 돈을 꿈꾼다던가 아첨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에 용띠태생은 화를 잘 내고, 흥분을 잘하며, 고집이 세고, 좋고 싫음이 분명하며 다소 괴팍한 성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모든 띠들 중에서도 용띠는 애교 만점인 원숭이띠에 가장 끌릴 것이다. 마찬가지로 원숭이띠는 용띠의 장엄함에 끌려 그들은 싸우지 않는 팀을 이룬다. 용띠와 쥐띠의 결합은 용이 강한 반면 쥐는 기술이 좋아 역시 성공적인 짝이 될 수 있다. 그들은 힘을 합쳐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 즉 용띠와 삼합(三合)을 이루는 띠는 쥐띠와 잔나비띠이다. 용은 쥐가 영리한 두뇌와 원숭이의 재빠른 몸집을 형상화하였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용띠와 돼지띠는 원진관계이다. 용은 돼지 면상의 코를 싫어한다.
(용혐저흑면:龍嫌猪黑面). 용은 열 두 동물의 형태를 모두 형상화한 동물인데, 다 잘 생긴 모습 중에 돼지의 코를 형상화한 것이 용의 코이다. 용은 돼지만 보면 자기 코를 생각하고 못 견뎌한다. 즉, 자기의 코가 돼지의 코를 닮아서 잘생긴 용모에 오점을 남겼으므로 돼지를 미워한다. 그래서 민간에서 결혼 궁합을 볼 때 용띠와 돼지띠는 서로 꺼린다.
용은 상상의 동물로 각 시대와 사회환경에 따라 사람들이 그들 나름대로 그 모습을 상상하고, 용이 발휘하는 조화능력을 신앙해 왔다. 따라서 시대와 사회환경에 따라 용의 모습이나 조화능력은 조금씩 달리 묘사되고 인식되어 왔다. 여러 동물의 특징적인 무기와 기능을 골고루 갖춘 것으로 믿어온 우리 문화에서 용은 웅비와 비상, 그리고 희망의 상징 동물인 동시에 지상 최대의 권위를 상징하는 동물로 숭배되어 왔다. 운행운우를 자유롭게 하는 물의 신으로서 불교의 호교자로서, 그리고 왕권을 수화는 호국용으로서 기능을 발휘하면서 갖가지 용신 신앙을 발생시켰고, 많은 설화의 중요한 화소(話素)가 되었다. 용이 갈구하는 최후의 목표와 희망은 구름을 박차고 승천하는 일이다.

그러기에 우리 민족이 상상해 온 용의 승천은 곧 민족의 포부요 희망으로 표상되고 있다.

 

 

뱀(巳)은 12지의 여섯 번째로 육십갑자에서 을사(乙巳), 기사(己巳), 계사(癸巳), 정사(丁巳), 신사(辛巳) 등 5번 순행한다. 뱀(巳)은 시각으로는 9시에서 11시, 방향으로는 남남동, 달로는 음력4월에 해당한다.
파충류의 동물 실체로 일상생활에서 인간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거나 흉물로 배척당하지만 민속신앙에서는 신적 존재로 위해지면서 일찍부터 다양한 풍속이 전승되고 있다.
뱀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다. 땅에 가장 많이 몸을 대고 살기에 땅과 밀접하며 냉혈동물이고, 독을 품고 있어 두렵다.
그런가 하면 뱀이 크면 구렁이가 되고, 이 구렁이가 더 크면 이무기(이시미)가 되며 이무기가 여의주를 얻거나 어떤 계기를 가지면 용으로 승격한다는 민속체계가 있다. 뱀의 범주에는 이무기, 구렁이, 뱀이 다 포함된다.
뱀 하면 가정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징그럽게 꿈틀거리는 기다란 몸뚱이, 소리없이 발 밑을 스윽하고 스쳐 지나가는 듯한 촉감, 미끈하고 축축할 것 같은 피부, 무서운 독을 품은 채 허공을 날름거리는 길다란 혀, 사람을 노려보는 듯한 차가운 눈초리, 게다가 아담과 이브를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만든 장본인으로서 교활함의 대명사가 돼 버린 뱀은 분명 우리 인간에게 그리 반가운 동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지나친 혐오감 뒤에는 또다른 호기심과 관심이 있다.
뱀은 겨울잠을 자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성장할 때 허물을 벗는다.이것이 죽음으로부터 매번 재생하는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불사(不死)→재생(再生)→영생(永生)의 상징으로 무덤의 수호신, 지신(地神), 죽은 이의 새로운 재생과 영생을 돕는 존재 인식했다. 또 많은 알과 새끼를 낳는 뱀의 다산성(多産性)은 풍요(豊饒)와 재물(財物),가복(家福)의 신이며, 뱀은 생명 탄생과 치유의 힘, 지혜와 예언의 능력, 끈질긴 생명력과 짝사랑의 화신으로 문화적 변신을 하게 된다. 우리가 뱀을 각기 문화적 맥락 속으로 상징화할 때 생긴 문화적 오해 때문이다.
뱀은 치료의 신이다. 그리스 신화 아폴론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술의 신’이다.
이 의술신의 딸이 들고 다니는 단장에는 언제나 한 마리의 뱀이 둘둘 말려 있었다. 이 뱀은 의신의 신성한 하인이었고, 해마다 다시 소생하여 탈피함으로서 새로운 정력을 소생시킨다는 스태미너의 심벌로 간주돼 왔다. 지금도 군의관의 뺏지는 십자가 나무에 뱀 두 마리가 감긴 도안이고, 유럽의 병원과 약국의 문장은 치료의 신, 의술의 신을 상징하는 뱀이다.

한편 뱀은 민간의료의 약용으로도 쓰인다. 약용으로 쓰는 뱀은 주로 살모사, 구렁이, 칠점사, 독사, 독뱀 등이다. 뱀은 정력강장 작용을 하고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 하강작용을 하며, 일체의 허약성으로 오는 질환에 사용된다고 알려졌다. 뱀허물도 중요한 약재였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지리지』, 『산림경제(山林經濟)』 등에서도 뱀 허물이 약재로 쓰인다고 기록되어 있다. 여기에서 뱀허물이 정창, 모든 상처에 파리와 구더기를 없애는데, 태(胞衣)가 나오지 않을 때, 경풍(驚風) 등이 쓰인다고 했다.

 

 

말(午)은 12지의 일곱 번째 동물로서 경오(庚午), 임오(壬午), 갑오(甲午) , 병오(丙午), 무오(戊午) 등으로 순행하며, 시각으로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방향으로는 정남(正南), 달로는 음력 5월에 해당한다.
말의 이미지(image)는 박력과 생동감으로 수렴된다. 외모로 보아 말은 싱싱한 생동감, 뛰어난 순발력, 탄력있는 근육, 미끈하고 탄탄한 체형, 기름진 모발, 각질의 말굽과 거친 숨소리를 가지고 있어 강인한 인상을 준다.
이러한 말은 고래로 원시미술, 고분미술, 토기, 토우, 벽화 등에서 나타나고,구전되는 이야기(신화, 전설, 민담, 속담, 시가), 민속신앙, 민속놀이 등 민속문화 전반에서도 다양하게 전승되고 있어, 말은 일찍부터 우리 생활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신라와 가야의 마각(馬刻), 마형(馬形), 기마형(騎馬形)의 고분유물과 고구려 고분벽화의 각종 말그림에서는 말이 이승(지상계)과 저승(하늘)을 잇는 영매체로써 피장자와 영혼이 타고 저 세상으로 가는 동물로 이해된다. 말이 그려진 토기, 토우, 천마도는 그 표현방법에 있어서는 다를지 몰라도 그것이 지니고 있는 의장과 사상은 다 같은 것이다. 즉, 피장자로 하여금 말을 타고 저세상(하늘, 명계)으로 가도록 드리는 공헌적 부장의 뜻을 가지고 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에 나타난 기록에 의하면 말은 모두 신령스러운 동물로 작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금와왕, 혁거세, 주몽 등 국조(國祖)가 탄생할 때에 서상(瑞相)을 나타내 주는 것이라든가, 백제가 망할 때 말이 나타나 흉조를 예시하여 주는 것이라든가 모두 신이한 존재로 등장되고 있다.
혁거세 신화와 천마도의 백마는 최고 지위인 조상신이 타는 말로 인식되었고, 후대로 내려오면서 고대 소설, 시조, 민요 등에서는 신랑, 소년, 애인, 선구자, 장수 등이 타고 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세시풍속에서는 말을 여섯 가축의 하나로 인식하고 정월 상오일, 10월 말날에 특별히 말을 위해 제물을 차리고 고사를 지냈다.
오늘날까지도 일부 지역의 동제당에 마상이나 마도가 모셔지고 있다. 동제 신당에 봉안된 말은 마을의 수호신인 동신의 신격이 타고 다니는 경우, 호환과 관련되어 호환을 퇴치하기 위해서 봉안된 경우, 솥공장이나 옹기공장이 잘 되도록 기원하기 위해 제물로 봉안되는 경우, 말에 대한 숭배관념에서 봉안되는 경우 등이 있다.
민속유희에서도 말이 등장하는데 격구, 마상제, 약마희가 대표적인 놀이이다. 일상생활에서 말의 이용은 단순히 실용 혹은 수렵 및 간단한 경제적 단계에서 정복과 지배를 원활히 하기 위해 정치적, 군사적 이용단계로 발전하였다. 통일신라를 거쳐 고려, 조선시대에는 농경, 수공업의 원료 군마 교통, 통신의 역마 등으로 다양했다. 근자에는 제주도 일부와 민속촌 관광지와 경마장을 제외하고는 말을 거의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말의 이미지를 투영한 기업이나 상품의 상징으로 오늘날까지도 말의 상징적 의미가 우리 일상생활 속에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표현하는 기법에서는 시대에 따라 달리했지만 말이 지니는 상징적 의미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까지 전해지고 있다.

 

 

 

양띠해는 기미(己未), 신미(辛未), 계미(癸未), 을미(乙未), 정미(丁未), 등 육십갑자에서 순행한다. 양(未) 은 12지의 여덟 번째 동물로서 시각으로는 오후 1시에서 3시, 달(月)로는 6월에 해당하는 시간신이며, 방향으로는 남남서를 지키는 방위신이다.
양의 성격이 순박하고 부드러운 것처럼 양띠도 온화하고 온순하여 이 해에 며느리가 딸을 낳아도 구박하지 않는다는 식의 속설이 많이 있다. 양하면 곧 평화를 연상하듯 성격이 순박하고 온화하여 좀체로 싸우는 일이 없다. 양은 무리를 지어 군집생활을 하면서도 동료 간의 우위다툼이나 암컷을 독차지하려는 욕심도 갖지 않는다. 또는 반드시 가던 길로 되돌아오는 고지식한 습성도 있다. 성격이 부드러워 좀체 싸우는 일이 없으나 일단 성이 나면 참지 못하는 다혈질(多血質)이기도 하다.
상형문자(象形文字)인 양(羊)은 맛있음(味), 아름다움(美), 상서로움(祥), 착함(善), 좋음 등으로 이어진다. 즉, 큰 양이란 “大羊” 두 글자가 붙어서 아름답다는 뜻의 미(美)자가 되고, 나아(我)의 좋은 점(羊)이 옳을의(義)자가 된다.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양의 습성과 특징에서 착하고(善), 의롭고(義), 아름다움(美)을 상징하는 동물로 양을 인식했다. 즉 양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념은 순하고 어질고 착하며 참을성 있는 동물, 무릎을 꿇고 젖을 먹는 은혜를 아는 동물로 수렴된다.
양은 언제나 희생의 상징이다. 양의 가장 큰 상징적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속죄양(贖罪羊)일 것이다. 서양에서는 사람을 징벌하는 신에 대한 희생물로 바쳐졌으며,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도 제사용으로 쓰였다.
양은 또한 정직과 정의의 상징이다. 양은 반드시 가던 길로 되돌아오는 고지식한 정직성이 있다. 속담에 ‘양띠는 부자가 못된다’고 하는데, 이것은 양처럼 양띠 사람은 너무 정직하여 부정을 못보고 너무 맑아서 부자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천성이 착한 탓에 해로움을 끼칠 줄도 모르면서 오직 희생돼야 하는 양들을 어떤 이는 우리 민족사에 비견하기도 한다. 구한말 지사(志士) 김종학 선생은 양의 슬픈 운명을 우리 민족사에 찾는 듯이 이렇게 외치기도 했다.
“흰빛을 좋아하는 우리 선조들은 심약하기 이를데 없는 산양떼를 빼어 닮아 오직 인내와 순종으로 주어진 운명에 거역할 줄 모르고 남으로 남으로 강자에게 ?i기여 더 갈 수 없는 곳까지 밀려왔건만 동서의 강자들은 또다시 이빨을 가니 슬프다 양떼들이여! 또다시 얼마만한 곤욕을 치르러야하고 못참을 치욕을 사위어야한다는 말이냐!
뿔을 갈자. 그리고 행진을 멈추자 끝간 데까지 왔으니 예서 더 갈 곳도 없지 않는가. 군장(群長)만 따라 가며 허약한 뒤를 보일 것이 아니라 군장을 중심으로 좀더 둥글게 뭉쳐 날카로운 뿔로 울타리를 치자. 아무리 사나운 이리떼라도 어찌 감히 넘볼 수 있겠는가!“
물론 개화기 우리나라의 무력함과 열강국의 지나친 간섭에 대한 통탄을 토로한 울분이었지만 양과 우리 민족사를 비유한 한 면을 살필 수 있다.
양(羊)은 글자형태로는 ‘상(祥)’과 음(音)으로는 ‘양(陽)’과 서로 통하여 길상의 의미로 일찍부터 한국 문화 속에서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