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창섭의 작품사진

2012. 제11회 동강 국제사진제 '강원도사진가 선정 전시작' 초원- 그곳에서다

심봉사(심창섭) 2012. 7. 21. 10:54

 

 

 

 

 

 

 

* 시작노트

<초원- 그곳에 서다>

- 새로운 환경의 신선함과 호기심으로 오랜만에 경쾌한 셔터소리가 화음으로 다가온다.

유목민 칭기즈 칸 후예들이 사는 몽골의 너르고 황량한 초원을 차를 타고 달린다.

이런 곳에 이정표가 있을 리 없다. 바퀴자국이 곧 길이었고 이정표였다.

때론 내가 탄 푸르공 운전기사의 동물적 방향감각으로 길의 흔적이 없는 곳을 질러가기도 한다. 높고 푸른 하늘에 뜬 구름과 둘러봐도 온통 언덕으로 이어진 텅 빈 공간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반나절을 달려야 고작 몽골의 전통가옥인 게르ger 몇 채와 양떼가 보이고, 어쩌다 자갈길을 달리는 오토바이를 만날 수 있을 뿐이었다.

몽골의 첫인상은 바로 그런 텅 빈 초원의 쓸쓸함과 끝도없이 이어지는 길의 흔적이었다. 어쩌다 우리의 성황당 같은 돌무지 장대 끝에서 푸른 빛깔로 나부끼는 어워깃발의 흔들림을 마주하면서 초원의 황량함에 영원히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했다.

달려가지 않으면 아무도 만날 수 없는 저 길의 끝에서 나는 무엇을 만날 수 있단 말인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그 모호함과 막연함을 모티브로 렌즈 끝을 향했다.

대기는 맑고 구름이 점점이 박힌 하늘이 초원과 극대비를 이루며 풍경으로 다가온다.

미시적 풍경에 도취되면서도 무언가 생각하며 찍어야 한다는 의식으로 이국의 초원과 마주선다.

고개를 넘으면 뒤편으로 산이 기대고 전면으로는 강이 흐르는 마을이 있는 우리의 풍수와는 전혀 다른 그곳에서 내가 마주했던 가슴의 풍광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