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동화
심창섭
* 무음으로 쏟아져 내리는 무한의 눈송이에 정신이 아뜩해진다.
어김없이 명치끝에서 꿈틀거리는 멍울 하나
내 젊음의 한 페이지 속에서 때로는 무용담으로,
때로는 아쉬움으로, 한 시절을 웅변하던 큐피드의 녹슨 화살촉이다.
언제이던가, 아득한 우주 저편에서 행성과 행성이 부딪치며 눈송이처럼 흩어지던
그 찰나刹那의 공간에 존재했던 우리의 시간.
젖은 날개 채 마르기도 전 나비로 날아가 버린 우화羽化의 전설을 기억한다.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쓴맛이 짙은 첫눈의 향기를 느꼈다.
어눌한 고백 한번 못한 그 풋풋한 빙점氷點을 아린芽鱗 가슴에 묻었다.
몇 번인가의 부질없는 통증에 스스로 칼을 갈았지만
도려내지 못한 종양腫瘍은
세월 따라 무심히 늘어나는 나이테 마냥 겹겹의 옹성甕城을 구축하고 있다.
대낮에도 반짝이는 별 하나의 사연은 미완성 작품.
아직도 눈밭 같은 빈 화폭 속에서 설렘으로 숨죽이고
어쩌다 바람결에 밀려오는 그의 작은 소식에 귀가 펄럭거린다.
나를 기억하기나 하는지,
어디선가 뻐꾸기시계가 울고 나는 습관처럼 또 허기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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