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수채화
*
어디에 살던 사계절이 없으랴
오늘도 백수의 하루가 시작된다.
아침볕이 창을 두드려 눈부심에 잠이 깰 때까지 빈둥거린다.
사람도 동물처럼 겨울잠을 잘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투덜대던 시간도 있었는데
출근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의 발길이 부럽기만 하다.
기쁨과 열정도 사위어 가는 무위도식의 흐름이지만
커다란 근심 없이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시는 이 여유로움 또한
행복이 아니겠는가.
늘어나는 흰머리도 기력을 다하는지 숱조차 듬성이고
푸른 하늘에 흰 구름 아름답고 바람은 가로수에 가득하다.
뜬 구름이 태양을 가리는 순간에도
제철이라 찬물에서 부산스럽게 자맥질하는 오리 떼를 바라보며
들판의 느티나무 한그루는
그저 지난해 처럼
불쑥 다가온 가을의 풍경화로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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