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回歸)
박광린
어린 시절 나는 화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하늘이 마당만한 산동네에 사는 내겐 그저 꿈일 뿐이었다.
신작로에서 놀다 넘어지면 상처에 약 대신 흙을 뿌렸고,
풀밭을 쏘다니다 벌에 쏘인 볼에는 할머니가 된장을 발라 주셨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여름강가 키 큰 미루나무에서 우는 매미소리가 들린다.
가끔씩 떠오르는 그 곳을 나는 차마 잊지 못한다.
올해의 Theme「회귀」에서는 오브제(Objet)를 통하여 기억에서 멀어져 간 시절의 향수,
생의 고난과 평온, 그리고 섭리같은 세상의 이치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명태..., 나는 이놈을 칼춤 추는 무당의 제사상위에 놓인 것도 보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지내는 고사며 산신제의 시루떡 옆에 누워있는 것도 보았다.
이번엔 나의 Theme 속으로 들어와 회귀의 몸짓연기를 잘 해주었다.
짧은 화가의 꿈에서 깨어나 붓 대신 빛으로 그림을 그려 온지 수십 년,
왠지, 사진이기 보다는 그림 같다는 얘기를 들을 때 나는 만족한다.
계산된 연출과 시도가 회화적 화면구성의 완벽함에 접근하기를 고민하며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과 변명의 합리화 속에서 절하의 뭇 시선을 경계하기도 한다.
그러나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는 부분이며 내 영역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이 같은 작업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좀 거창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언젠가부터 조용히 찾아온 운명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그냥 보이는 대로 편하게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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