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상식

궁궐지붕의 잡상들

심봉사(심창섭) 2012. 12. 11. 12:16

 

                             

                                 알고계시나요, 궁궐 지붕의 잡상雜像

 

      

                            

 

                                                                                            경복궁내 국보 224호 경희루의 잡상 모습

 

 

 잡상이란 궁궐이나 누각 등의 지붕 위 네 귀에 배열하는 여러 가지 작은 짐승 형상으로 만든 장식물을 말합니다. 그냥 귀신을 막아주는 일종의 수호적 군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맞배지붕의 경우 내림마루 끝에, 우진각이나 팔작지붕에는 추녀마루 끝에 한 줄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외에도 지붕에는 용마루 양쪽 끝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취두가 있고 새꼬리 모양을 한 장식물은 치미 또는 망새라고 부릅니다.  취두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내림마루 끝에 있는 토우가 용머리이며, 그 아래 추녀마루에 잡상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 잡상들은 건물 수호의 상징과 장식을 겸하고 있는데, 신선·법승·기인·괴수 등의 상을 형상화하여

안쪽에 용머리를 두고 3, 5, 7, 9, 11 등의 홀수로 배치됩니다.

조선시대에는 와서에 기와를 만드는 와장 직책을 두었는데 특별히 별도로 잡상장을 두어 잡상을 제작하게 하였습니다.

 

   유몽인(柳夢寅)의《어우야담(於于野談)》과《상와도(像瓦圖)》에 내림마루나 귀마루의 끝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① 대당사부(大唐師傅) ② 손행자(孫行者) ③ 저팔계(猪八戒) ④ 사화상(沙和尙) ⑤ 이귀박(二鬼朴) ⑥ 이구룡(二口龍) ⑦ 마화상(麻和尙) ⑧ 천산갑(穿山甲) ⑨ 삼살보살(三煞菩薩) ⑩ 나토두(羅土頭) 등의 상을 적고 있는데, 이는 《서유기》의 등장인물 또는 중국 토신의 이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가장 앞쪽의 말을 탄 도인상(道人像)을 선인상(仙人像)이라 하고 뒤에 오는 상들은 주수(走獸)라 하는데, 10주수상으로 ①용(龍) ②봉(鳳) ③사자(獅子) ④기린(麒麟) ⑤ 천마(天馬) ⑥해마(海馬) ⑦물고기(魚) ⑧해치(해태) ⑨후(吼) ⑩원숭이 등이 있습니다. 이들이 지붕 위에 놓이게 된 까닭은 궁궐수호와 불법홍보(佛法弘報)를 위함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19세기 이후의 것만 남아 있는데, 손오공상이 가장 앞에 있고 대당사부인 현장법사의 잡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잡상의 숫자도 건물의 규모에 따라 경복궁 경회루(慶會樓)는 11개, 숭례문(崇禮門)은 9개, 돈화문(敦化門)은 7개, 창경궁 홍화문(弘化門)은 5개 등 숫자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모두 손오공상이 앞에 있고 그 뒤로 사자·해치·봉 등이 있어 《서유기》의 내용과는 동일하지 않습니다. 또한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궁전이나 누문의 지붕에서만 보일 뿐 사찰 지붕에서는 그 예를 볼 수 없습니다.

 

 

  잡상의 유래는 송나라에서 전해졌다고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는 임진왜란 이후 궁궐 건축물에서 시작했다고 하며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형식이라고 합니다.

 

 

  잡상은 단순하게 건축의 장식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서유기’에 나오는 것처럼 당나라 태종의 꿈속에서 밤마다 나타나 귀신이 기와를 던지며 괴롭히자 문무관을 내세워 궁궐을 수호하였다는 내용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잡상은 귀신을 상대하는 병사였기에 그들의 시선이 하늘로 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부정한 것을 막아 준다는 옛사람들의 염원이 담겨있는 것으로 길상벽사의 소망과 자연에 대한 경배의 형식이라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 경복궁(景福宮)의 잡상

 

 경복궁 근정전의 경우 지붕 위 여덟 개소의 처마 마루에는 일곱개의 잡상이 놓여 있는데, 잡상의 수를 기준으로 한다면 근정전은 주변의 다른 전각들보다 많은 수의 잡상이 올려져야 할 높은 등급의 전각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중국의 예와는 달리 잡상의 수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는 임금이 계신 근정전의 잡상의 수가 일곱 개인데 비하여 하위등급의 건물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숭례문(남대문)에는 여덟개 내지 아홉개가 올려져 있으며, 경회루에는 열한개가 놓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경회루 지붕에는 궁궐 건물 중에서 가장 많은 11개의 잡상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10번째 까지는 이름이 있지만 11번째 잡상에는 이름이 없어 그냥 “아무거나”라 부른답니다. 그 10개의 형상을 알려진 대로 살펴보면

 

 

   맨 앞자리의 대당사부(大唐師父)는 당(唐)나라 때 현장(玄獎)이라는 승려로 법명이 삼장법사(三獎法師)로 실제 인물이었기 때문인지 사람의 얼굴 모습으로 삿갓을 쓰고 있는 형상입니다.

 

   손행자(孫行者) 또는 손오공(孫悟空)은 돌 원숭이로 삼장법사를 따라 천축으로 불경을 구하러 가는 법사를 호위하던 길동무입니다. 원숭이의 모습으로 삿갓을 쓰고 앞발을 버티고 앉아 있는데 모자를 쓴 모습과 모자가 없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저팔계(猪八戒) 손오공과 같이 삼장법사를 따라 천축에 갔던 돼지입니다. 저(猪)는 돼지이고 팔계(八戒)는 부처님이 가장 싫어하는 여덟 가지의 음식물을 뜻하기도 하는데 얼굴의 모양은 돼지의 형상입니다.

 

   사화상(獅畵像) 또는 사오정이라고도 합니다. "獅"자는 사자이고 "沙"자는 서유기에서 나오는 사오정(沙悟淨)의 '沙'(사)자로 풀이하면 손오공과 같이 삼장법사를 호위했던 동물입니다. 원래는 옥황상제가 있는 궁궐의 문지기였다는 짐승으로 얼굴 모습은 사자 상을 하고 있으며 크기와 앉은 자세는 저팔계와 비슷합니다.

 

   이귀박(二鬼朴)은 우리나라의 용어에는 보이지 않은 단어로 불교의 용어를 빌려 풀이하면 '二鬼'는 '二求'의 다른 음(音)으로 보아, 二求는 중생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욕구인데 낙(樂)을 얻으려는 득구(得求)와 낙을 즐기려는 명구(命求)로 허리의 앞과 뒤에 뿔이 난 짐승의 형상입니다.

 

   이구룡(二口龍)은 입이 둘이어서 이구룡이라 하며 두 개의 귀가 있습니다.

 

  마화상(馬畵像)은 말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삼살보살(三殺菩薩)의 살(殺)은 살(煞)과 같은 의미로 삼살(三煞)이란 세살(歲煞) 겁살(劫煞) 재살(災煞)등으로 살이 끼어서 불길한 방위라는 뜻으로 쓰이는 용어입니다. 보살은 불교에서 위로는 부처님을 따르고, 아래로는 중생을 제도하는 부처님에 버금가는 성인(聖人)입니다. 이 두 가지의 뜻으로 해석하면 삼살보살이란 모든 재앙을 막아주는 잡상이라고 생각됩니다. 대당사부와 같이 인물상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두 손을 합장하고 무릎위에 팔꿈치를 받치고 허리를 꾸부려 앉은 모습입니다.

 

  천산갑(穿山甲)은 인도 중국 등지에 분포된 포유동물의 일종입니다. 머리 뒤통수에 뿔이 돋아있고 등이 다른 잡상보다 울퉁불퉁 튀어 나와 있는 형상입니다.

 

  나토두(羅土頭)는 "나티" 의 다른 표기로 짐승같이 생긴 귀신으로 작은 용(龍)의 얼굴형상 또는 검붉은 곰의 형상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그림으로 전해지지 않는 동물상입니다.

 

그러나 잡상의 형상인 각각의 동물 이름에 대해서는 경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이것이다. 라고 정의를 내리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것 같습니다.

 

                                  

 

                                               

                                                                                                                        한국 잡상의 모습

 

 

                                                                                                          중국 잡상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