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창섭의 포토에세이

심창섭의 포토에세이 253

심봉사(심창섭) 2013. 2. 8. 10:50

 

붉은 방

*

후각을 잃었다.

하이포냄새가 사라진 인화지에 기억의 촉수를 세운다.

어둠도 사라졌다.

암실의 어슴한 붉은등 아래

현상액 속에서 서서히 몸을 일구는 영상을 바라보며

가슴설레하던 그 시간.

까만 어둠속에서 손끝의 감각으로 현상롤에 필림을 감으며 행복해 하던 그 시간도.

변신의 귀재인 모니터 앞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내심도 사라졌다.

촬영한 필림을 되감으며 현상시간까지의 기다람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버튼하나로 생사를 가늠하는 디지털 앞에서 

나는 잠시도 눈을 돌릴 여유조차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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