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숲」마을의 상징인
스무나무는 모두 어디로 사라진 걸까?
* 문득, 뾰족한 가시를 세우고 있을 스무나무가 보고 싶어 「스무 숲」 마을을 찾았다.
마을의 이름이 될 정도의 나무라면 분명 어딘가에 무리를 이루고 있거나 상징적 보호목이라도 남아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었다. 옛 모습을 떠올리며 술래잡기하는 마음으로 골목길을 돌고 돌았지만 스무나무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슬며시 오기가 발동하여 예전 마을 앞으로 흐르던 개천가까지 오르내렸지만 그림자조차 만날 수 없었다. 동네주민들에게 물어봐도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모두 도리질이다. 아니 대다수가 스무나무가 어떤 나무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춘천의 동남쪽 지금의 현진 에버빌 1차 아파트 동쪽 건너편부터 한방병원까지 사이에 형성 된 「스무숲」마을. 지금은 신흥주거지로 완전히 탈바꿈하여 옛 모습을 떠올리기 조차 어렵기 만하다. 마을 뒤편으로 해발 303m의 안마산이 마을을 아늑하게 두르고 앞으로는 대룡산에 서 발원된 곰짓 내가 흐르는 사이에 옹기종기 나지막한 집들과 논밭이 어우러지던 전원마을 이었다.
지금도 스므숲 노인회, 스므숲 농악, 스무숲성당 등 옛 명칭이 사용되고 도로 표지판은 「스무 숲길」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스므인지 스무인지 혼선을 주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마을 이름이 옛 자연부락명이라고만 막연하게 이해하고 있을 뿐 그 유래를 대다수가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스무숲마을의 어원은 나무이름이다. 노인정을 찾아 스무나무숲이 있었던 자리를 수소문했 지만 예전 마을 앞 하천 변에 스무나무가 많이 있었다는 정보 이외는 소득이 없었다.
이 나무는 느릅나무과(Ulma ceae)에 속하는 교목으로 「시무나무」가 바른이름이나 변형되어 스므 또는 스무나무로 불리고 있었다.
오랜 세월 속에 마을 이름까지 희석되어 두 가지로 불리지만 그래도 마을의 어딘가에 상 징목인 시무나무를 심고 가꾸어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명소로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옛 지명들은 마을의 지리적인 형태나 마을에 소재한 물건(사물), 인물이나 전설 또는 사건 등으로 자연스럽게 이름이 불러지고 만들어 졌다. 밤나무가 많은 마을은 율문리栗垈里가 되 었고, 버드나무 마을은 유포리柳浦里, 돌배나무 마을은 신이리辛梨里라 했고, 가래나무 마을 은 추곡楸谷里, 살구나무마을은 행촌杏村이 되었다. 근화동槿花洞도 무궁화마을이란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밤나무골, 버들개, 신배나무골, 가래울 등 쉽고도 아름다운 한글이름으로 불려도 좋으련만 모두 한자어로 표기되어 한글세대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이름이 되어 아쉽 기만 할 뿐이다.
「스무숲 마을」 얼마나 매력적이고 정겨운 이름인가,
얼마나 스무나무가 많았거나 울창했기에 스무숲 마을로 불렸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무나무 한그루조차 만날 수 없는 허울뿐인 미명 앞에서 우리의 무심함이 민낯으로 드러난다.
아직도 대다수의 주민들은 나무의 존재조차 모른 채 ‘수무숲’ ‘스므숲’ ‘수므숲’ ‘시무숲’ 등으로 부르고 있었다.
사실 스무나무 이름은 귀에 착 감기는 친숙한 이름이 아니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흔한 수종이지만 세계적으로 1속 1종만 있는 희귀성으로 학술가치가 크다고 한다. 함경도를 제외한 전국의 낮은 지대에서 잘 자라 하천 주변이나 숲 가장자리에 주로 분포한다고 하나 춘천지역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나무가 되었다.
가시에 찔리면 스무날(20일)은 앓아야 낳는 다고해서 붙은 이름이라고도 하고, 이십리마다 이 나무를 심어 나그네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도록 했다고도 전해진다.
농사의 풍흉을 알려 주는 구실도 했는데, 그해 봄에 시무나무 잎이 활짝 피면 풍년이 들고 시원치 않으면 흉년이 들었다고 한다.
옛 모습은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고 상징나무 조차 잃어버린 곳이 바로 스무숲 마을이다.
스무숲 마을에서는 스무나무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아니 상징적이라도 마을 공원 안에
스무나무를 심어 마을의 정체성과 애향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면 한다. *
[심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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