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창섭의 글

춘천의 상징물- 이대로 좋은가?(2016. 6 봄내소식지 칼럼)

심봉사(심창섭) 2016. 12. 23. 11:50




* 봄이면 춘천 전체를 노란색으로 물들이던 개나리꽃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그 많던 개나리꽃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개나리꽃으로 뒤덮였던 절개지와 뚝방,  호수변에는 언젠가부터 개나리 대신 노란 금계화가 도심엔 화사한 가로수 벚꽃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문득, 춘천을 상징물을 떠올려 본다.
분명 개나리花, 은행나무木, 산까치鳥, 호랑이動物가 있으며, 이외에도 슬로건, 캐릭터 등 다양한 상징물들이 지정되었고 특별한 관리없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중 동식물은 1978년 당시 내무부의 지침에 따라 광역자치단체에서 도목道木, 도화道花를 지정하였고, 이어 전국의 시군구에서도 꽃, 나무, 새를 지정하였다. 1998년에는 환경부에서 지자체의 상징물들의 상징성이 떨어지거나 외래종, 학명 표기 잘못, 중복 지정된 지자체에 재지정을 권고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 지자체에서 재지정절차의 복잡성 때문에 상징물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상징물중 지역의 특성이나 정체성이 드러나는 동식물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시의 꽃인 개나리는 어디서나 잘 자라 번식력도 강하고 화사한 색상으로 춘천의 시화市花로는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노랫말도 있을 뿐만 아니라 꽃 이름을 앞세운 문화축제도 있었으니 더욱 그럴싸하다. 다만 봄철이 지나면 잊힐 뿐만 아니라 충해에 약한 결점이 있다.
가장 문제점은 전국 지자체 34곳이 너도나도 개나리를 지정할 만큼 보편적이기에 춘천의 꽃이기보다는 그저 좋은 꽃으로 상징성이 떨어진다.
 
 은행나무는 곧고 튼튼하며 열매는 식용과 약용으로 사용한다. 또 수명도 길고 정의감과 무궁한 번영을 상징한다. 병충해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단풍이 아름다워 전국 72개 지자체에서 앞 다투어 지정한 수종이다. 전국 어디를 가도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 즐비하고 마을에 들어서면 한두 개쯤의 보호수로 지정된 멋진 거목을 만날 수 있는 전국의 나무이기에 아쉬움이 크다.

 산까치로 불리는 어치는 참새목 까마귀 과의 텃새로서 외모가 예쁘기도 하다. 예전에는 까치와 함께 길조吉鳥로 불렸지만 과일을 쪼아 먹는 습성으로 과수농가에 피해를 주는 유해조류가 되고 말았다.

  또 강인하고 진취적인 시민기상을 나타낸다는 설명이 실린 호랑이가 춘천의 상징동물로 지정된 이유는 도대체 납득이 안 된다.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적 동물이긴 하지만 이제는 동물원에서 보거나 전설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데 춘천과의 연관성을 떠올리기에는 자꾸 물음표가 떠오른다. 고작 시경계나 다리위에 돌조각 몇 개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호랑이 상을 바라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제 춘천의 상징물에 대해 다시 한 번 거론해야할 시점이다
상징물은 지역의 특성이나 매력이 담겨있어야 한다. 그러나 춘천만의 특성이 담긴 대상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 소견이지만 춘천의 꽃은 생강나무(동백꽃)가 어떨까. 우선 활용성이 높다. 잎과 꽃으로는 차류茶를 만들 수 있으며 잎으로는 튀각으로 식용이 가능하다. 봄철의 노란 꽃도 예쁘지만 가을 단풍 또한 아름답다. 그러나 생강나무도 문제는 있다. 나무로 보아야 할 것인지, 꽃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가 사실 애매하다. 하지만 춘천의 대표적 문인 김유정을 떠올리면서도 지방색이 있는 꽃나무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지자체중 노란 동백꽃을 지정한 곳이 없으니 우선 희소성에서 각별하다.

  동물로는 토종닭을 떠올려 본다. 이제 춘천 막국수와 닭갈비하면 춘천의 상징적 브랜드가 되었다. 먼저 닭 조형물을 춘천시의 문장紋章으로 사용하고, 닭 모양의 풍향계도 만들어 도시의 건물에 설치하자. 또 춘천만의 공예품으로 상품화시켜 춘천을 온통 닭의 도시로 만들어 보는 것도 남다른 시도가 되리라 생각된다.
 
 내친 김에 시의 새鳥도 생각해 보자. 산 까치라는 이름이 정감있고 문학적 어휘로 훌륭하지만 춘천을 대표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함이 있는듯하다. 사실 춘천을 대표할만한 조류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럴 바에는 시의 새는 지정에서 제외시키거나 궁색하지만 호수의 도시가 연상되도록 흔하지 않은 호반 새나 사계절 호수에서 머무는 오리를 상징물로 정하는 것은 어떨까.

  그러나 선결되어야 할 것이 있다. 관목의 형태를 가진 개나리나 생강나무는 개량이 필요하다. 즉 교목으로도 키울 수 있어야 본다. 이른 봄 잎이 피기도 전에 온몸으로 노란 꽃을 피워대는 개나리가 강렬하기도 하지만 봄이 지나고 나면 잊히고 만다. 어디 100년 수령의 개나리를 본적이 있는가. 주 줄기가 따로 없고 수많은 가지가 한 덩이를 이루는 관목형태의 꽃나무이기 때문이다. 생강나무 또한 가로수로는 수형이 조금 부족한 편이다. 수종개량을 통해 가로수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변신시킨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되리라. 또한 상징나무나 꽃이라면 최소 시청사 한가운데나 도시의 곳곳에서 보호되는 나무이어야 하지 않을까.

  시 청사 신축을 위해 첫 삽을 뜬 의미 있는 해이다. 시민들은 새로운 변화를 갈구한다. 청사준공과 함께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시의 상징물도 새롭게 지정해보자.

  뿐만 아니라 차제에 새로운 시도로 춘천의 색도 지정해 보자. 3개의 호수를 가진 도시로서 희망, 꿈 그리고 청정의 이미지를 가진 파란색이다. 또는 개나리, 생강나무 꽃과 단풍, 은행나무 단풍, 닭(병아리)의 노란색을 정해도 무방하리라. 춘천의 주요 관공서 건물이나 공문서의 용지에 색상을 입혀 활용한다면 그 또한 새로움을 창출하는 도시가 되지 않을까. 아이디어의 시대이고, 지방색을 가져야 하는 시대이다. 남의 것을 모방하거나 선진지 견학으로 남의 성공사례를 복사할게 아니라 우리가 먼저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작은 생각이지만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첫 삽이 되기를 갈망한다. [심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