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창섭의 글

서오지리 蓮歌

심봉사(심창섭) 2018. 10. 27. 13:31


- 금강산 어느 작은 샘에서 솟은 작은 물줄기들이 모여들어 내를 이루고 북한강을 만든.

그 상류 강가에 터 잡은 고장 화천華川.

 

꽃필, 이라 쓰니 한글로 풀어보면 꽃이 핀 강이다.

물줄기가 꽃이 핀 모습처럼 아름다운 고장이거나, 꽃이 활짝 피어 있는 강마을이 아닌가.

더 이상 어떤 수식어가 필요하랴.

 

언제나 꽃향기가 머무는 그 곳을 찾는다.

춘천에서 5번국도로 북한강과 동행하며 구불구불 산길을 달리다보니 춘천 땅이 끝나고

화천이 시작되는 초입새에 서오지리라는 마을이 있다.

서오지리라는 특별한 이름에 이끌려 핸들을 우측으로 꺾는다.

새로 지어진 사찰 뒤편의 좁은 농로를 따라가니 바로 강이 흐른다.

북한강의 지류인 지촌천 물줄기다. 아름답다. 차 하나가 겨우 지나칠만한 좁은 다리를 건넌다. 두서너 채의 낮은 지붕을 가진 농가와 최근 지어진 현대식 건물이 몇 채 보이는 정말 고즈넉한 작은 마을이다. 강 건너 마을이라 건넌 들이라고도 불린다.

멀리서 낯선 길손을 향해 짖어대는 강아지와 놀란 오리 떼들이 날아오르는 날개 짓 소리가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룬다.

바로 이곳에 너른 연지가 있어 요즈음은 연꽃마을로 불린다.

이곳 서오지리는 그저 북한강변의 이름조차 없는 벽지였다.

이곳에 약초를 캐며 생활하던 노인 세분이 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거소를 말할 때마다 설명이 불편했다. 궁리 끝에 그저 호미로 약초를 캐며 살아가는 곳이라는 뜻의 한자로 호미 서, , 그리고 약초(지초) 자에 마을 리자를 더해 서오지리鋤吾芝里라는 이름이 만들어 졌다는 지명유래가 전해온다.

독특한 이름이기에 뭔가 특별한 사연을 기대했던 환상은 깨어났지만 바람결에 다가오는 연꽃 향이 코끝을 감미롭게 흔든다.

너른 호수와 어우러진 연꽃 밭이 푸르고 푸르다.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름다움을 보는 여유와 심안이 필요했다.

잠시 마음을 비우고 연꽃들이 다투어 꽃잎을 여는 천상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평화롭다.

강 꽃마을 화천의 풍경이다.

[문화통신 2018 가을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