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창섭의 글

김유정 추모시(2021)

심봉사(심창섭) 2021. 12. 17. 11:05

김유정 문인비

                                          樂涯 심창섭

 

호수 변 에움길

아직도 잉크냄새 폴폴 풍기는 펜촉하나 외롭다.

코발트색 잉크로 펜 끝을 적시는 너른 의암호

각혈로 물든 원고지를 채우며

동백꽃 피고 지는 사이 허리가 꽤나 굵어졌다.

설워마라

한 번의 오르가즘orgasm도 체험하지 못한 채

올봄도 속절없이 떠났지만

계절은 또 다시 돌아오는 것

저 넘실거리는 잉크물이 마르지 않는 한

빈 원고지에 채워야할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진다.

참 허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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