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로 지구촌이 비틀거리고 있다.
인종과 지역에 관계없이 모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답답한 세상의 한가운데 내가 서있게 될 줄이야!
아마 역사는 코로나가 21세기를 흔든 재앙으로 기록할 것이다.
1·2차 세계대전보다도 더 인류를 두려움에 떨게 한 실체 없는 상대였다.
국경도, 무기도, 이념이나 종교도 아닌 보이지도 않는 한방(onepunch)으로 지구촌이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인류를 한 번에 가장 많이 죽인 것은 전쟁이 아닌 질병이라고 한다.
14세기에도 2억여명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흑사병이 있었다.
이후에도 스페인 독감, 홍콩독감, 신종플루, 사스와 메르스 등 몇 차례 독감바이러스와
에이즈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동안 당연시 여겨졌던 평범한 일상들이 지워지고 통제되고 있다.
도둑맞은 일상. 지구촌이 휘청거리고 있다. 예전의 일상은 돈으로도 살 수없는 사치품(?)이 되었다.
마스크를 사기위한 약국 앞 줄서기 풍경이 낯설지 않다.
황사나 미세먼지가 극성일 때에도 마스크를 한두번 정도 챙기면서 유난을 떠는 게 아닌가 생각했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에서 수시로 보내주는 재난 안전대책 메시지가 고맙기도 하지만
마음은 더 움츠려들게 했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그 긴 줄에 길이를 보태야 했다,
마스크 착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공상 영화의 장면처럼 모든 것이 낯선 풍경이다.
관공서나 상점에 들어서면 체온기와 손소독제가 먼저 반겼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규칙이 우리의 사이를 벌려 혼자 놀기를 익혀나가고 있다.
어쩌다 기침이라도 하면 죄인이라도 된 듯해 주변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또 누군가가 기침을 하면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군중群衆이 무섭고 기침은 공포의 소리가 되었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다가오는 눈총이 따갑다.
모처럼의 외출에서 얼떨결에 악수를 위해 내민 손을 겸연쩍게 오므리며 주먹으로 인사를 나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새로운 풍경 앞에서 안절부절 했다,
초여름, 여우비가 지나친 정오의 아파트단지가 더없이 평온하다.
코로나 복병으로 잔뜩 움츠린 일상 속에서 두문불출 하는 사이 봄꽃이 소리 없이 져버렸다.
봄이 어떻게 지나쳤는지도 모른 채 맞은 유월이다.
행동이 여유롭지 않은 한가한 일상이 불편하기만 하다.
나들이, 모임, 해외여행, 문화행사, 스포츠 경기 등 아무렇지 않게 누리던 일상이 봄꽃처럼 사라져 가는 계절에
딸애의 결혼 날자를 잡았다.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는 결혼식을 이런 시기에 치르게 될 줄을 상상조차 못했다.
어찌보면 무모한 결정이었지만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삶속에서 희로애락喜怒哀樂은
여전히 비켜나갈 수 없는 진행형이었다.
바이러스 지뢰밭 속에서 가급적 이 사태를 피해보고자 결혼식장 측과 실랑이 끝에
한차례 연기를 하면 애써 만든 청첩장을 휴지통에 던져야 했다.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코로나의 여파가 너무 아프다.
인간이 우주를 정복하는 최첨단 과학시대임에도 자연의 재앙 앞에서 무기력함을 새삼 느낀다.
얼마나 더 움츠리고 생명을 잃어야 이 위기가 끝이 날것일까.
마스크를 쓴 채 하객들을 맞았다.
답답한 건 두 번째고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것이 문제였다.
전염병의 두려움 속에서도 축하해 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 하며 어렵사리 혼사를 마칠 수 있었다.
해외 신혼여행의 꿈을 국내에서 숙제하듯 마치고 다시 코로나 속 일상으로 돌아온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일상이란 말은 조금 심심한 반복의 연속으로 밋밋하고 지루함이 느껴진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던 평범한 일상의 가치와 위상이 코로나로 통제되며 완전히 달라졌다.
특별하지 않던 그 하루의 평온함이 이렇게 소중하고 감사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는다.
바이러스 앞에서는 우린 모두 연약한 존재일 뿐이라는 것이 라는 것과 함께.....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중 하나가 되었다.
그래도 그 와중에 얻은 것이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보니 그동안 내 언어가 너무 많았고 소란스러웠음을 깨닫는다.
조금 더 침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선망의 나라이던 미국과 유럽의 민낯을 보며 막연했던 환상에서 벗어났다.
세계에서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달라졌다.
한국에서 태여 난 것을 불행이라 생각한 때도 있었는데 공중보건부분은 최고인 선진국에서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잔뜩 위축되었던 어깨를 펴고 본다.
장기전이 될지도 모르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말을 곱씹어 보며 충전의 시간으로 활용해 보리라.*
[2020 강원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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