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空Ⅰ」 - 폐교각의 언어학
* 문화의 도시, 호반의 도시 이미지의 다양성을 찾고자 했다.
향리의 사진인으로 창작이라는 화두話頭에 빠져 사진의 기록성을 등한시 해온 것을 통감하고 있다. 창작과 기록 두 가지를 아우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 지근에 있어 무심한 풍경에 시선을 돌렸다.
의암호에 천덕꾸러기로 있는 폐 교각⁺이다. 이 교각을 내 사진기에 처음 담았던 1982년의 흑백사진이 단초가 되었다. 풍경은 어떤 시선과 마음으로 보고 해석하는가의 차이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비슷한 사진은 있어도 똑같은 사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차별화가 쉽지 않은 단순함이 부담스러웠지만 고집스럽게 관심을 주던 대상이었다.
억지 의미부여는 배제하기로 했다. 풍화된 옛 비석을 분석하는 역사학도의 마음으로 접근했다. 동일한 대상이라도 마주하는 순간의 심리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 그 점에 포인트를 두고 나름의 차별성을 찾고자 했다.
텅 빈 호수에 독무대로 서 있던 교각이 내 마음을 읽었는지 말을 걸어왔다. 계절과 날씨가 변할 때마다 새로운 언어를 구사했다. 교감을 통해 가슴이 촉촉해질 때 셔터를 눌렸다. 시간적 의식과 미적 의식이 결합되는 순간, 감상문을 쓰듯 외로움과 그리움이 엉기던 마음의 기록이다.
사진은 특수한 언어나 영상이 아닌 존재하는 대상의 정착화이다. 지시적인 의미 너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아본다. 사진에 담긴 나의 감성이 어떻게 읽혀질지 자못 궁금하다.
교각을 상상의 나라로 진입하는 관문으로, 님을 기다리는 망부석으로, 호수의 예술적 조형물로, 그리움의 이미지로 정착화하면서 나름의 숨결을 불어넣어 이미지로 기억되는 도시 춘천의 또 다른 자원이 되기를 기도한다.
다분히 기록적이기는 하나 이후에도 또 다른 춘천의 감성적 요소를 찾아 시각정체성Visual Identity을 구축하려한다. 애향심을 담는 작업을 통해 향리의 사진인으로서 의무를 대신한다.
'심창섭의 작품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인전 '水草- 그 內密한 몸짓' 일부 (0) | 2019.08.17 |
---|---|
2013 제16회 테마사진 4인전 작품 (0) | 2013.11.11 |
2012. 제15회 테마사진4인전 출품작 '명상에 들다' (0) | 2012.11.11 |
2012. 제11회 동강 국제사진제 '강원도사진가 선정 전시작' 초원- 그곳에서다 (0) | 2012.07.21 |
2011년 11월 23일 오후 06:45 (0) | 2011.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