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순례

토우작가 임선희씨의 전시장

심봉사(심창섭) 2012. 9. 27. 09:38

 

옛 전설을 토우인형으로  스토리텔링하다 

   토우작가 임선희씨의 전시장 순례

 

 

    흙으로 체온을 불어 넣고 영혼을 살려내는  임선희씨의 토우인형전시가 춘천문화원 금병전시실에서 전시되고 있다.

 흙 속에 숨결과 사람속의 이야기를 불어넣는다. 겨우 20cm 내외 크기의 인 흙 인형들이  제각각 동작과 표정으로 마치 살아있는 듯 저마다의 개성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가만히 들여보다보면 그 속의 시대로 들어서고 전설의 주인공이 되거나 할머니의 옛이야기가  들려오는듯 하다.

  일반적으로 보아오던 토우는 옷을 입지않은 형상이었지만 임선희씨의 토우는 옷을 입었다. 과거의 현실에서 입었던, 혹은 입고 있는 옷을 그대로  한지로 디자인과 재단을 한 후 꿰매고 붙여 옷을 입혔다. 뿐만아니라 마을과 집, 주막, 장터 속에서 삶을 재현하고 있다. 자고 앙증스럽게도 나무, 뱀, 물고기는 물론  그릇, 북과 장고 등 농악기와, 잡다한 생활용품들까지 소품으로 그들 토우와 함께한다. 걸리버의 소인국같은 환상에 빠지게 하는 전시는 잠시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일상을 사실대로 축소한 모습을  흙과 한지를 이용해 손으로 만드는 만큼 그 정성과 노력은 말할 것도 없다. 애정과 세심한 관찰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세심함과 애정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작업이다. 

  작품은 토우 하나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작품은 토우로 전설의 스토리를 재현하는 주제로 만들어 지기 때문에 기획부터 스토리 구성, 작품 제작, 전시까지 복잡하고 다단한 과정을 모두 거쳐야하는 종합예술의 장르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강원도의 전설이다.  춘천 청평사의  "공주와 상사뱀"  "퇴계선생과 공지어의 ", 원주  "치악산 꿩 설화"와 "육판바위", 강릉 "범일국사 탄생설화"와 "장자못 ", 평창 "세조와 고양이" 전설 등이 그의 토우로 무대에서 숨결을 입는다.

 

 

   연극인이었던 작가가 만들어 내기에 그의 작품은  한 편의 연극을 보는듯 하다.  서울 세종대 국문학 전공자지만 연극과 풍물, 탈춤 등과 인연을 맺었다. 졸업 후 잡지사 기자와 극작가로 활동하다가 15년 전 원주로 내려왔다. 연극을 하는 남편과 소담스러럽고 작은 연극을 하고 싶다는 바램이었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기에는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지방의 열악한 연극적 풍토와 경제적 사정 때문에 공연팀을 꾸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택한 것이 토우였다. 무대에서 전시실로 장소를 바꾸기로 했다.  채우지 못했던 예술혼과 끼를 토우로 대신하기로 했다.  출연진은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었고 이야기를 담는 작업에 매료되었다.  의외로 주변의 반응이 아주 긍정적이었다.  스스로도 토우로 사람의 느낌을 연출한다는 게 신비롭고 재미있었다. 그때부터 흙 만지는 것을 배웠다.

 

 

 연극 경력은 토우로 장면을 구성하는 능력이 돼줬고, 풍물과 탈춤 등 민속놀이를 배웠던 경험은 토우로 전통적인 몸짓을 구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극작가로서의 경력은 전체 디오라마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힘이 됐다.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토우로 디오라마를 만드는 이는 없었다.

기획부터 장면 구성, 토우 제작, 한지로 의상 제작 등 과정이 복잡하고, 스토리가 탄탄해야 하며 역사적 고증까지 거쳐야 하는 작업에 선뜻 뛰어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전설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그 였기에. 이번 강원도의 전설 토우전시의 경험과 바탕으로  우리나라 방방곡곡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과 민담, 설화를 토우로 복원하고 싶은 꿈을 갖는다. 뿐만아니라 관객의 이해를 돕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토우 사진과 함께 이야기를 쓴 책을 내는 게 그의 소탈한 포부다.

 

  이 전시는 춘천에 이어  평창, 강릉, 원주를 돌며 순회전시할 예정이다.

아이들에게는 옛 이야기속의 꿈을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전시로 일정은 다음과 같다.

       - 춘천   2012년  9월 24일 - 28일  춘천 문화원 금병전시실
       - 평창  2012년 10월 17일 - 23일  평창 문화예술회관
       - 강릉  2012년 10월 24일 - 30일  강릉미술관
       - 원주   2012년 11월  4일 -  9일  원주 중앙동 창작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