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교수님과는 2013년 11. 22 강원도내에서 기몰된 맥,예,실직,태봉국과 춘천이궁관련 학술대회에서
업무 실무자와 주제발표자라는 인연으로 첫 만남을 가졌던 분이다.
이미 학교에서 퇴직하셨음에도 童顔의 다감한 모습으로 첫 인상이 참으로 부드러우신 분이었다.
학술대회가 끝나고 며칠 후 춘천문화원 문화학교 수강생들의 발표전시장(사진반)에서 전시된 사진을
보며 사진이야기로 이어졌다.
사진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철학적인 말씀이 다가와 본인의 졸고인 포토에세이를 한권드렸더니
생각치도 않게 다음과 같은 글을 메일로 보내주셨다.
자랑질같아서 혼자보고 고이 접어둘까 했는데 사진인이 아닌 국어학자가 보고 느끼셨던 단상이기에
선생님께 의사도 묻지 않고 이곳에 감히 싣는 실례를 범한다.
역시 국어학자라 그런신지 표현하시는 밥법과 감상법이 남다르다는 느껴본다.
깊이있는 글을 보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이곳에 옮겨보았다.
2013.12.11. 별안간 눈이 시렸다 ------------------ 손주일
심창섭의 사진들.
나는 그의 사진을 일단 눈 가는 대로 건성으로 보고 요행인 양 그의 마음 두어 자락이나 헤적이고 싶다. 그의 사진은 내 탁한 눈으론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세계이나 섬광일 듯 모처럼 눈이 시린 내 설렘을 주체할 수 없어서이다.
(아래 따옴표 부분은 모두 심창섭의 마음이다.)
<한 자락 ; 외로움=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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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풍경을 채집하다
잘 찍은 사진이 아름다울 수는 있지만
가슴을 흔드는 바람은 없었다.
다만 그곳의 기억이 한 점 머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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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채집’꾼의 사진은 아름답다. 그리고 그의 아름다운 ‘그리움’은 하냥 맑다. ‘빈 여백’에 물든 맑은 그리움에 ‘가슴을 흔드는 바람’이
스미면 ‘외로움’이 지피어 오른다. 그 ‘쓸쓸한 안개’는 ‘유년의 부끄러움’을 관통해온 ‘그곳의 기억이 한 점 머물고 있는 촉촉한 안개’
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안개가 짙어지자 렌즈가 초점을 찾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나도 모르겠습니다.’라면서
‘외로움의 호수’에서 ‘안개 사냥’꾼으로 변신한다.
<두 자락 ; 설렘=바람>
‘꿈속에서도 바람이 불더니’ 안개 사냥꾼의 셔터가 ‘흔들리는 가을과 마주하다’가 ‘첫사랑의 발원지’에 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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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란 이름으로 갇혀있던
기억 하나와 우연히 마주쳤다.
또 다시 다가오는
설-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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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사색의 시간’에 ‘한낮의 그리움 하나’ ‘저 새가 허공에서 점 하나로 사리지듯’ ‘안개가 다가오면 떠오르는 얼굴’,
그 ‘아름다운 뒷모습’은 ‘그저 습습한 물기로만 기억되고 언제인지 모르게 떠나고 있었다.’ 아, ‘그대는 언제나 설레임’,
‘바람이 일 때마다 ~그 차디찬 쓸쓸함과 바람을 견디어 낸’, ‘오늘도 명상에 잠길 수 있음에 행복해 하고 있을 뿐입니다.’
<세 자락 ; 심창섭=‘감성이 풍부한 바닷새의 가벼운 깃털을 지니고 있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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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한 일 하나 없는데 괜히 부끄러워진다.
이 호수에선
빈 배조차
이리도 큰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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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섭 작가는 ‘때론 도인처럼’ ‘꿈을 꾸듯’ 가슴을 찍는다. ‘이리도 큰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데.....
’어찌 이 맑디맑은 ‘부끄러움’을 어찌할까! ‘게으른 어느 일요일의 풍경’과 그의 prologue를 몇 번이고 명상하며,
내 평생 눈 시릴 때마다 외치던 외마디를 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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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 못하는 그리움으로
파도는 소리가 맑아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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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섭 작가님께
짧고 속된 글로 요망을 떨었습니다. 평생 이리해보기 처음입니다. 요망에 노망인가도 싶습니다.
하지만 손녀와 귀가한 후 휘둘러 책을 펼쳐보다가 사진에 멍하고 글에 띵했습니다.
글 제목마다가 심안이었고 행마다 참 마음이었습니다.
감히 ‘속세와는 전혀 동화될 수 없는 분이 어떻게 사셨을까?’ 문득 궁금키조차 했습니다.
‘도인처럼’이 아니라 진정 ‘도인’의 유전자를 가지셨습니다. 시도 사진도 누구나 흉내낼 수 없다 하셨지요?
아닙니다. [큰 바위 얼굴]이십니다.
저는 모처럼 눈이 부시고 시린 분을 뵙게 되었다고 하면서 그냥저냥 TV나 보던 내자에게 냅다 책 203쪽을 읽어보라 소리쳤습니다.
이렇게 간결하게 평생의 사진 작업을 말한 이를 본 적이 있느냐며 내자를 다그쳤지요.
140쪽, ‘책을 펴든 채 아내는 소파에서 졸고 있고 라디오에서는 나지막하게 선율이 흐른다.’
이런 무심한 듯 다감한 동영상을 들어본 적 있느냐고 더더 다그쳤지요.
그런데 사진 이야기는 목소리를 한껏 죽였지요.
“그냥 한 번 훑어 봐~”
[사진타령]
왜일까요. 125쪽, 217쪽 사진이 저를 많이 반기네요.^^
125쪽 ; 주저앉은 능선의 기다림, 하늘엔 푸른 설렘과 빗겨가는 하얀 그리움이,
바람 머금은 가지가지엔 외로움과 쓸쓸함이 안개 진 나뭇잎에 흩날리니......
217쪽 ; 왼편 도치된 직사각형의 그림자, 한 가운데 뫼비우스의 검은 띠로 나뉜 내 그리움의 원형.
그리고 그 한 쪽 여인의 그림자, 첫사랑의 영원성, 이와 대비된 오른편 구조화된 현재적 속세, 그 그림자 없는 실존.
‘어느 쪽이 더 행복한 건지요’하셨지요? 아시면서요. 不二
=> 모두 식자우환의 궤변일 뿐, ‘125쪽은 쓸쓸함이 돋고, 217쪽은 왼쪽 직삼각형 그림자가 말이면 그냥 쾌청입니다.^^
고맙습니다.
몇 번이고 선뜻 내주신 ‘때론 그리움이 그립다’
고맙습니다.
보답할 기회를 주시옵소서! 손주일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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