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편지는 2012. 12. 06 화천지역에서 군생활을 하고 있던 아들에게 보낸편지(카페)였습니다.
이미 전역을 한 뒤라 이 편지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누군가 제게 전화를 해 인터넷에서 이 편지를 보았다고 하며
자네만 아들있는줄 아냐고 놀렸습니다.
아들에게 보낸편지가 남아있었다는 반갑기만 했습니다. 훗날 기억을 위해 이곳에 올려둡니다.
한 10년이 지난 후 아들에게 이 편지를 보여주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굼해 집니다.
* 심 상병!
잔뜩 내려앉은 회색하늘 때문에 불쑥 아들의 얼굴이 떠올라 두서없는 편지를 쓴다.
잘 있겠지.
벌써 네가 군 생활을 시작한지도 15개월.
이미 초임병도 아닌 고참이기에 편지보내는 것조차 망설여지는 시간이다.
더구나 손 편지도 아닌 공개된 지면을 통해서 쓰려니 어째 쑥스럽기만 하구나.
각설하고,
아마 이 시기쯤이면 군 생활이 익숙해져 지루함이 서서히 느껴지면서 집과 친구는 물론
사회에 대한 그리움이 연기처럼 피어나는 시기라고 본다.
이런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군대에서도 휴가제도가 있는 게 아니겠니.
자유로움과 집 밥이 우선이 되었던 1차 휴가 때의 무조건의 기대감과는 달리
2차 휴가는 바로 이러한 감성을 다스려야 할 시점이기에 그 시기를 분할하여 혜택을
주는 거란다.
혹시 네가 군생활의 또 다른 재미와 말년에 몰아서 긴 휴가를 갖고 싶은 꿈에 휴가를 미루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그러나 모든 일에는 적절한 때와 시기가 있는 법이란다.
물론 모든 결정은 이제 네가 해야 하는 것이겠지만
다만 인대가 늘어나 MRI촬영을 한 후 결과에 대한 조치가 미약해 보여 군걱정이 드는 거란다.
모든 일을 스스로 잘 해나가고 있는 네게 노파심에 보내는 아빠의 마음이니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
휴가를 원치 않는다면 하루정도 시간을 내어 종합병원에 가서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 보았으면 하는데
네 의견은 어떻지 모르겠구나.
자칫하면 꾀병으로 치부될 수 있는 상처일 수 있기에 더욱 신경이 쓰여 진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닌데 부모의 마음은
왜 이리도 사소한 일에 마음이 흔들리기만 하는지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야속할 뿐이다.
네가 부모가 된 후에라야 이해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잔뜩 흐려진 회색 하늘을 보며 너를 떠올리고,
너를 생각하고, 네 냄새를 기억하다가 문득 네가 보고 싶다는 마음에 쓰는 마음의 편지니 이 아빠를 나무라지 말기를 바란다.
그래도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군 생활을 할 수 있는 너는 행복한 거란다.
남쪽 지방에서 온 병사들은 최전방으로 갔다고 부모들이 얼마나 노심초사하고 있겠니.
우리야 그런 걱정은 없고 너도 조금 낯설긴 하겠지만 그런 병사들보다는 주변을 겹겹이
감싸고 있는 산하에 익숙한게 얼마나 편한건지 느끼기는 했는지 모르겠구나.
편지쓰기가 번거롭다면 엄마에겐 전화라도 자주하렴.
벌써 12월. 겨울이 시작되고 있다. 몸이야 당연하게 추위를 느끼겠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강인하고 훈훈한
대한민국의 당당한 군인이 되길 바란다. 사회는 요즘 대통령선거로 정신이 없단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네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리라 생각된다. 이번 대통령의 임기동안 네게 군생활, 전역, 복학 그리고 취업 등 네 일생에 아주 중요하고 잊을 수 없을 시기가 되기 때문이란다.
많은 눈이 내려 제설작업은 물론 추위로 몸이 웅크려들겠지만 주어진 직책과 규율 속에서 시간을 쪼개 책도 보고, 운동도 하는
마음의 여유를 갖도록 하길 바란다.
겨울의 시작점인데도 겨울의 중심에 있는 듯한 느낌이구나. 건강에 유의하며 군 생활을 즐겨보기를 바란다.
특히 너의 졸병생활을 생각해 후임병에게도 따뜻한 배려를 잊지 말고 지내기를 바란다.
아빠는 요즈음 블러그 운영에 재미를 잔뜩 붙이고 있단다. 컴이 가능하면
다음에서 '심창섭의 포토에세이' 또는 '춘천사진 라이브러리'로 들어가 아빠의 감성을 느껴보기 바란다.
며칠 전 너를 좋아하는 봉구사진도 한번 올렸단다.
* 멋진 아들에게 보내는 아빠의 독백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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