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전설

여우고개

심봉사(심창섭) 2016. 1. 4. 11:30

 

 

아름다운 처녀로 둔갑한 여우가 나타나던 고개

 

춘천시 우두동과 신북읍 율문리에 걸친 고갯길에 스며있는 소년과 여우의 이야기로 여우고개라 불리는 전설이다.

 

옛날 평소 건강하고 활기차던 소년이 살았다. 삼년 여간 고개 너머의 서당에 다니던 소년이 이상스럽게도 몸이 자꾸 마르고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이었다. 소년의 어머니가 걱정이 되어 어디 아픈 곳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소년은 아픈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요즈음 네 얼굴이 왜 그렇게 핏기가 없고 몸이 마르는 거냐?"

"글쎄, 전혀 아픈 곳도 없는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점점 야위어 갔고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지며 영락없는 환자의 모습이 되어 버렸다. 이런 상황을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어머니는 서당을 찾아 훈장과 상담을 하게 되었.

 

" , 이제 우리 애를 서당에 보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니 왜 그러십니까?"

"아이가 서당에 다니면서 아무 연유 없이 말라가니 안쓰러워서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집에서 쉬게 하려고요." 

" 아픈 곳이 없다면 서도 자꾸 야위어 가니 내가 보기에도 참 이상스럽기만 합니다."

 

훈장은 공부를 마친 후에 소년을 따로 불러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머뭇거리던 소년은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조심스럽게 털어 놓기 시작했다." 사실은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저 고개에 오르면 예쁜 처녀가 기다리고 있다가 저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가곤 했습니다."

 

" 그래서 네가 누군지도 모르는 처녀를 집까지 따라갔단 말이냐?"

 

" , 따라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하면서도……."

 

" 그래서? 그 집에 가서는?"

소년은 얼굴을 붉히면서도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집에 도착하면 처녀는 저를 껴안고 입을 맞추면서 한쪽은 빨갛고 한쪽은 하얀 구슬을 제 입에 넣어 주었습니다. 그리곤 다시 제 입속에 있던 구슬을 다시 자기의 입으로 가져가는 입맞춤놀이를 한식경(한 차례의 음식을 먹을 만한 시간) 쯤 하다가 처녀는 구슬을 자기 입에 넣고 저를 보내 주곤 했었습니다. 그것뿐이었는데 제 몸이 여위어 간 것일까요?”

 

소년에게 그동안의 자초지종自初至終 이야기를 들은 훈장은 이렇게 해보라며 비방을 일러 주었다.

 

"오늘 처녀가 입맞춤을 하면서 구슬을 네 입에 넣어 주면 그것을 다시 처녀에게 주지 말고 꿀꺽 삼키도록 해라. 그리고 구슬을 삼키자마자 바로 하늘을 쳐다본 후에 다시 땅을 향해 엎드리도록 해라."

 

소년이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고개를 오르니 어김없이 그 처녀가 나타나서 놀다 가자며 손목을 끌었다. 그리고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구슬을 입에 물려주고 받고를 하였다. 소년은 훈장이 시킨 대로 구슬을 제 입에 넣는 순간을 포착해 꿀꺽 삼켜 버리고 하늘을 보고자 했으나 놀란 처녀가 구슬을 뱉어 내라고 다그치며 소년의 옆구리를 계속 간질였다. 그 바람에 소년은 하늘을 쳐다보지 못하고 할 수 없이 땅만 내려다보았다.

 

소년은 구슬을 뱉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푹 엎어져 있었다. 그러자 당황하던 처녀가 껑충 껑충 뛰더니 '깨갱'소리를 내며 쓰러지면서 여우로 변해 버리는 게 아닌가. 그것을 본 소년은 가슴이 섬뜩해지며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무서움과 두려움에 떨며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서당으로 뛰어가 훈장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듣고 난 훈장은 쯔쯔 혀를 차며

 

"아무리 간지러웠어도 조금참고 먼저 하늘을 보았어야 하는데 땅만 보았구나, 네가 하늘을 먼저 보고 땅을 보았으면 더 큰 학자가 되었을 텐데 아쉽기만 하구나. 그래도 이제는 여우가 네게 다가서지 못할 테니 공부에 열중하도록 해라"라고 말해주었다.

 

이후 소년이 서당을 다니며 고개를 넘어 다녀도 여우는 나타나지를 않았고 소년은 건강을 되찾으며 공부에 열중하여 큰 학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로 처녀로 둔갑했던 여우가 나타난 고개를 여우고개라 불렀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