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전설

죽림동 전설

심봉사(심창섭) 2016. 1. 4. 11:34

 

 

애잔한 효가 움터 만든 대숲 마을- 죽림동竹林洞

 

옛날 옛적 신라 시대에, 우례 모녀가 춘천에 살았다. 그런 어느 날 갑자기 천둥이 치고 번개가 일면서 비가 세차게 퍼붓기 시작했다. 우례는 산으로 나물하러 간 어머니가 근심이 되어 견딜 수가 없었다. 비는 끊임없이 퍼부었다.

 

한편 산비탈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어머니는 비 피할 곳을 찾으려 허둥대다 그만 칡넝쿨에 걸려 넘어지면서 산 위쪽에서 굴러온 바위에 맞아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어머니를 찾아 이 골짜기 저 골짜기 산속을 헤매던 우례도 역시 기진氣盡하여 쓰러지고 말았다.

 

비가 그치고 새소리에 어럼풋 정신이 든 어머니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옆에 딸 우례가 쓰러져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어머니는 우례를 흔들어 깨웠다. 두 모녀는 서로를 확인하며 얼싸 안고 흐느꼈다. 하지만 가슴과 넓적다리를 다친 어머니의 상태는 심각했다. 우례는 어머니를 업고 마을로 내려왔다.

 

그 날 이후 우례는 잠시도 쉬지 않고 바느질과 품팔이로 정성껏 어머니를 돌보았다. 그러나 어머니의 병세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어 한숨으로 나날을 보내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백발의 신령님이 나타나 남쪽 서라벌에 가면 인삼이라는 신기한 약이 있으니 그걸 다려 드시면 쾌유될 것이라는 것이다.

 

우례는 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서라벌로 떠났다. 그러나 엄청나게 비싼 인삼은 구할 수가 없었다. 절망과 비탄에 빠진 우례에게 약방 노인이 어느 마을에 사는 어느 귀인이 죽어가고 있는데 영혼을 시중 들 순장殉葬처녀를 구하고 있다고 했다. 귀가 번쩍 뜨인 우례는 그 집을 찾아가 인삼 10첩을 준다면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어머니의 병환을 고치겠다며 순장을 승낙한다.

 

우례가 보내준 인삼을 다려먹은 어머니는 다친 곳이 차츰 아물기 시작하며 신령님의 말 대로 완전히 건강한 옛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우례가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딸 이름을 목메어 부르며 기다림에 지치다 결국 실성失性하고 말았다. 딸이 순장되어 죽은 것을 까맣게 모르는 실성한 어머니는 집에다 불을 질러 화재로 죽고 말았다.

 

이듬해 봄이 되자 불탄 자리에서 죽순 하나가 올라왔다. 죽어서도 기다림을 놓지 않으려는 듯, 한 그루의 대나무는 퍼지고 퍼져 울창한 숲이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대나무 숲이 어머니의 간절한 기다림과 딸 우례의 애절한 효성이 만든 화신이라며 숲을 잘 가꾸어 나갔다고 전해진다.

 

춘천의 죽림동竹林洞은 한자어 그대로 대숲 마을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