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감동한 반희언의 효성▮
옛날에 홀어머니를 극진히 모시고 사는 총각이 있었다. 어느 날 그 어머니가 병환으로 자리에 눕자 총각은 모든 일을 뒤로하고 백방으로 약을 구해다 드렸다. 그러나 어머니의 병환은 점점 깊어만 갔다. 어머니의 병구완에만 전심하느라 지친 총각도 날로 여위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병간호를 하던 중 어머니 옆에서 잠깐 잠이 들고 말았다. 꿈속에서 한 떼의 구름이 몰려오더니 흩어지며 하얗게 센 머리를 늘어뜨린 노인이 나타나 “너의 효성이 지극하니 어미의 병을 낳게 하려면 대룡산大龍山으로 가거라. 골짜기에 시체 세 구가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시체의 목을 잘라다가 푹 고아서 드리면 병이 나을 것이다.”라는 말을 마치고 사라지고 말았다.
정신을 차린 총각은 산신령의 계시라 생각하고 곧바로 대룡산으로 달려갔다. 이 골짜기 저 골짜기를 찾아 헤매는 동안 날이 어두워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산을 뒤져 나갔다. 어둠 속 골짜기에서 총각은 드디어 시체 세 구가 누워 있는 곳을 찾아냈다. 무섭기는 했지만 어머니를 위한 길이라 가운데 시체의 목을 잘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가마솥에 넣고 푹 끓였다. 시체의 머리 삶은 물을 마신 어머니는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거짓말처럼 병환이 쾌차되었다.
이튿날 총각이 죄스러운 마음에 살며시 가마솥을 열어보니 시체의 목이 아닌 산삼뿌리가 거기에 있었다. 총각의 효성에 감응한 하늘이 산삼을 내려 주신 것이었다.
이야기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원기를 회복한 어머니는 한겨울임에도 딸기가 먹고 싶다고 했다. 총각은 다시 대룡산으로 갔다. 그러나 한겨울에 산딸기가 있을 리 없었다. 산골짜기에는 눈보라만 휘몰아치고 있었다. 총각이 추위에 떨며 지쳐 포기하려고 할 때 맞은편 골짜기에 이상한 기운이 돌며 흰 눈 속에 다홍빛이 뭉텅이 지어 환상처럼 어른거렸다. 다시 기운을 차려 달려가 보니 그것은 바로 딸기였다. 총각은 기쁨에 겨워 합장배례하고 딸기를 따가지고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눈보라치는 캄캄한 산 속에서 그만 길을 잃고 헤매던 중 어둠 속에서 두 눈에 빛을 발하는 호랑이와 마주치게 됐다. 총각은 정신을 차리려고 기를 썼으나 목이 타고 온몸이 오싹해지는 것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호랑이는 온순한 몸짓으로 총각에게 와 엎드리고는 등에 올라타라는 시늉을 하였다. 얼떨결에 호랑이 등에 오르자 호랑이는 쏜살같이 달려 총각을 집까지 데려다 주고는 사라졌다.
이러한 일이 세상에 알려지자 나라에서는 이를 가상히 여겨 그 총각이 사는 마을에 효자정문孝子旌門을 세워 표창하였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이 마을을 효자문거리라고 불렀고 이곳이 바로 오늘의 효자동이란 이름의 효시嚆矢가 되었다. 본래 효자정문은 지금의 효자동 춘천우체국 부근에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사라졌다가 근년에 노모를 엎고 있는 총각을 상징화한 조형물을 세웠고, 도로변 마을입구에는 다시 효자정문인 홍살문을 다시 세워 희미해가는 효사상孝思想을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다.
지금의 춘천시 동내면東內面 거두리擧頭里는 그때 효자총각이 시체의 머리를 잘라들고 온 곳이다. 처음에는 머리를 자른 곳이라 하여 거수리擧首里로 불렸는데 이후에 지금의 지명인 거두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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