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창섭의 글

2016 김유정 추모문집 "춘천의 봄, 그리고 그리움" 발간사

심봉사(심창섭) 2016. 4. 4. 19:25


발간사


* 올봄에도 어김없이 동백이 제일먼저 꽃망울을 터트렸다.

비로소 춘천에 봄이 시작되고

동백꽃과 함께 그가 다가왔다.

 

화사한 봄볕조차 차단한 어둡고 좁은 방에서

각혈로 원고지를 채워야 했던

처절한 외로움과 아픔이 꽃으로 피어나고 있다.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지 어언 일흔아홉

그를 기리는 발걸음들이 분주하다.

 

같은 고향을 가졌다는 사실하나로 그와의 인연은 시작된다.

그가 문학의 바다에서 유영할 그 즈음, 그 나이에

그저 취업을 걱정하며,

또래들과 어울리며 당구장과 선술집에서 분탕질을 해대던 머스마였다.

솔직히 시골스러운 그의 문학이 그리도 좋은지도 몰랐고,

그가 그리 자랑스럽지도 않았었다.

어느 날

3월의 인물로 선정된

동백꽃의 작가라는 명함을 들고 그가 다가왔다.

비로소 그를 바라보았다.

커튼을 젖히자 따사한 봄볕이 몰려왔다.

그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햇살 가득한 날

그의 어법을 이해하고자 뒷산에 오른다.

예전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동백꽃과 마주선다.

- - 거리며 꽃향기를 맡는다.

낯설다. 생소한 향기였다.

 

그가 이름한 알싸한 향이 문학소년기의 감성을 깨우며 다가왔다.

며칠 밤의 어둠으로 원고지를 메워보았다.

어둠속이었지만 그윽한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오늘도 그의 책을 펼친다.

그가 자랑스럽다.

맛깔스러운 글맛, 참 맛있다.

일흔 아홉 해의 시간은 숫자일 뿐이다.

올봄도 이렇게 모여 그를 기린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행복하다.

2016. 3. 29


심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