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호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세계적인 희귀곤충
천연기념물 “장수하늘소”의 흔적을 찾다
* 바캉스가 절정인 8월이다.
여름방학이라는 추억에 이끌려 추곡약수터를 찾았다.
단맛을 뺀 사이다 같다는 특별한 맛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약수이지만 오늘은 이곳에 있다는 장수하늘소 발생지 표석을 보기위한 답사였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한 5분 올랐을까, 약수터 진입로 길목 오른쪽에 서있는 높이 78cm의 작은 비석 앞에 섰다.
전면에 ‘천연기념물 제75호 춘성의 장수하늘소 발생지’라고 기록하고 뒷면에는 대한민국이라는 글씨가 뚜렷하게 음각되어 있다.
장수하늘소는 이미 이곳에서 만나 볼 수 없는 사라져 버린 희귀곤충이다. 아니 최근 복원소식이 들려오긴 하지만 아직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한 신화속의 귀물이다.
이끼 낀 비석 앞에서 잠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려 본다.
50~60년대 당시 어린이들에게 곤충은 그저 움직이는 장난감 같은 것이었다.
사슴벌레, 풍뎅이, 하늘소 등의 곤충을 잡아 서로 싸움을 시키던 것이 주요 놀이였다. 다리 끝부분을 잘라 뒤집어 놓으면 몸을 바로 잡으려고 뱅뱅 맴을 도는 풍뎅이가 인기였다. 또 하늘소 양쪽으로 솟아난 긴 더듬이를 잡고 돌을 안겨주면 놓지를 않는 습성을 이용해 누가 더 큰 돌을 움켜잡는 지로 승패를 가르거나. 돌 하나를 서로 뺏는 놀이로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또 여름방학이면 곤충채집 숙제를 위해 친구들과 잠자리채[捕蟲網]를 들고 산과 들을 헤매던 추억도 아련하다. 잠자리채가 없는 아이들은 철사로 둥근 테를 만든 후 거미줄로 채워 만든 잠자리채를 사용하기도 했다.
보통 잠자리, 매미, 나비, 메뚜기와 사슴벌레, 풍뎅이, 하늘소 등이 주류였다.
덮개가 투명 셀로판지로 되어 있는 와이셔츠 상자에 크기, 종류별로 배치한 후 가는 핀으로 고정시킨 세트를 하나씩 제출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기록에 의하면 장수하늘소는 1939년 당시 춘천 중학교에 다니던 박시동 학생이 방학숙제로 제출하면서 비로소 세상에 알려진 곤충이다.
딱정벌레목 하늘소과 곤충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동북부, 극동러시아 지역에만 서식하는 국제적 희귀곤충이라고 한다. 춘천지역에서는 돌다램이 또는 돌다람쥐(하늘소의 사투리)라고 불렀다. 보통하늘소는 5~6cm미만인데 비해 장수하늘소 수컷은 10cm가 넘는 정말 장수(將帥)모습을 가진 큰 곤충이다. 보통 곤충들은 암컷이 큰 편인데 비해 장수하늘소는 수컷의 몸 크기가 더 큰 특징을 가지고 있다.
1942년 장수하늘소가 채집된 이 지역을 천연기념물 발생지 제75호로 지정하면서 표지석을 세웠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라 표지석의 후면에 조선총독부라고 표기하였다가 광복이후 일제의 잔재물들을 제거하면서 1962년 12월 3일에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새로 표지석을 세운 것이 바로 추곡약수터 앞의 비석이다. 발생지뿐만 아니라 장수하늘소도 1968년 국가지정 문화재인 천연기념물 제218호로 지정되었고 1966년도에는 장수하늘소 우표까지 발행되기도 하였다.
이후 1950년대에 이 일대에서 4마리가 채집되었다는 기록이 전해지지만 1973년 소양댐 건설과 담수로 북산면 추전리 일대가 물속에 잠기면서 서식지는 물론 장수하늘소까지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1973년 문화재지정이 해제되자 주민들이 아쉬운 마음에 표지석을 이곳 약수터 입구로 옮겨다 놓았다고 한다.
이처럼 장수하늘소뿐만 아니라 환경변화로 인해 자연의 많은 동식물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
과거에는 도시변두리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던 소금쟁이, 물방개, 반딧불 등도 이미 보기 힘든 곤충이 되어가고 있다. 소리없이 태어나고 사라져 가는 생멸生滅의 순환, 자연적인 아닌 인위적인 환경으로 인한 생태변화를 느껴보며 생뚱맞은 곳에 이끼 낀 모습으로 남아있는 표지석을 망연히 바라본다.
조선총독부에서 세운 표지석이 남아 있다는 기록이 있기에 달려간 추전리는 불과 집 두 채뿐인 국내 최소 미니마을이었고 토박이가 한분도 없었다. 귀동냥과 기록을 떠올리며 주변의 산등성이를 살펴보았으나 비석이 있을 만한 자리에는 분묘들이 자리 잡아 아무런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장수하늘소 실물을 본 사람이 거의 없음에도 그 이름이 전혀 낯설지 않다.
우리고장이 최초로 발견된 곳이며 서식지였기도 하지만 유명문인인 이외수의 대표적 소설 제목으로 차용하면서 더욱 알려진 친근한 이름이다.
지구상 동물 중 80%이상의 종種을 차지한다는 곤충은 우리나라에서 알려진 것이 약 1만5천여종인데 국제적으로는 약 2천만 종쯤 된다고 주장하는 곤충학자도 있다. 단백질이 풍부한 미래의 식량이라며 곤충을 연구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고도 한다.
최근 국립수목원 광릉 숲에서 장수하늘소 복원을 성공했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내 고장에서 바람처럼 사라져 버린 장수하늘소, 시의 상징곤충이나, 북산면의 상징으로 장수하늘소를 지정하는 것도 생각해 보자. 또 표지석 옆에 장수하늘소를 소개하는 자세한 안내판을 세워 이 고장이 환경적으로 청정의 고장임을 알리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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