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창섭의 글

춘천의 기념물③ 김유정 기념물

심봉사(심창섭) 2017. 3. 21. 10:48



춘천의 기념물

봄이면 생각나는 사람

 

- 절기는 벌써 우수雨水를 지나 경칩驚蟄을 향하고 있다. 남녘에서 들려오는 이른 꽃소식에도 춘천의 찬바람은 아직도 옷깃을 여미게 한다. 문득 봄이 어디쯤 오고 있을지 궁금해 실레마을 김유정 문학촌을 찾았다. 양지바른 담장 곁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생강나무 꽃망울 무리들이 터질듯 몽실하게 부풀어 있다. 이미 봄이 여기까지 다가와 있었다.

 

춘천의 짧은 봄은 언제나 노란 동백꽃으로 부터 시작된다. 그러한 이유로 봄! 하면 우리는 먼저 봄·봄과 동백꽃의 작가 김유정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우리나라 단편소설의 대표적 문인 김유정. 그는 1908118일 춘천에서 천석꾼의 26녀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서울의 휘문고보를 거쳐 연희전문대 문과를 중퇴한 후 1930년 고향 실레마을로 귀향하였다. 2년여 동안 주민계몽운동을 펼치면서 문학활동을 시작하여 첫 작품 심청을 탈고한다. 193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낙비'와 조선중앙일보에서 소설 '노다지'가 연이어 당선되면서 문단에 데뷔하였다.

 

비상의 날개를 달고 문단에 혜성처럼 나타나 금 따는 콩밭」 「」 「」 「만무방」 「산골」 「」 「봄봄」 「안해」 「오월의 산골짜기등 주옥같은 명작을 발표한다. 그러나 집안의 몰락, 눈길조차 주지 않는 사랑의 지독한 외로움 속에서 지병으로 1937329일 불과 29세의 나이로 무지개 같았던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만의 개성적이고 토속적 향기가 진득한 문체를 문학으로 승화한 그의 글은 오늘 날까지 문인들과 모든 사람들에게 필독서로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문학을 연구한 논문이 무려 400여 편에 이른다고 하니 그의 문학사적 위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반증하기도 한다.

 

그렇게 한국문단에 굵고 짧은 한 획을 긋고 떠났지만 처음부터 한국의 대표적 인물로 우뚝 서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1968년 사후 30여년이 되어서야 불꽃처럼 살다간 그의 문학을 기리고자 기념사업회가 발족되었고 의암호변에 펜촉모양의 문학비가 세워졌다. 기단하단에 새겨진 산골나그네를 읽다보면 그가 언어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게 된다.  

  

"산골의 가을은 왜 이리 고적할가! 앞뒤 울타리에서 부수수하고 떨잎은 진다. 바로 그것이

귀밑에서 들리는 듯 나직나직 속삭인다. 더욱 몹쓸건 물소리. 골은 휘돌아 맑은 샘은 흘러

내리고 야릇하게도 음률을 읊는다. ! ! ! 쪼록풍! “

 

다시 1978년에 그가 학당을 세웠던 실레마을 금병의숙 터에 김유정기적비紀績碑를 세우며 조촐하나마 문학의 밤 행사가 매년 이어졌다. 그러다 1994년 문체부에서 3월의 문화인물로 김유정이 선정되면서 그를 기리는 추모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효자동 문화예술회관 마당에 그의 동상이 건립(2002년에 생가로 이전)되고 공지천 조각공원에 문학비도 세워졌다. 이듬해에는 기적비 옆에 한국문인협회에서 한국현대문학 사적지 표징물을 세우면서 이 곳은 문학도라면 반드시 답사해야할 문학의 명소가 되었다.

 

2014년에는 북한강변 춘천 문학공원에 영원한 청년 김유정이라는 조형물이 세워 지면서 그를 향한 우리의 그리움과 애정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문인 한 사람을 기리기 위해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조형물이 세워진 사례가 있을까 모르겠다.

 

그 외에도 문학촌에는 그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닭싸움, , 맷돌 등과 당최 키가 크지 않는 점순이를 놓고 장인어른과 실랑이를 하는 해학적인 모습의 조형물도 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유명세를 반증하듯 경춘선 신남역이 김유정역으로, 신동우체국이 김유정우체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 외에도 점순이네 집, 만무방, 이뿐이네 집, 유정식당 등 그의 소설과 연계된 상호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벌써 실레마을을 그의 80주기 추모제 행사준비로 분주하다. 며칠 후면 동백꽃 알싸한 향기가 그윽한 마을에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다.

 

겨우내 웅크렸던 가슴을 펴고 자연과 함께하는 최상의 학습장이자 봄나들이를 떠나보자. 그의 소설 속 배경인 실레마을 이야기 흙길을 걷고, 봄내마을 호수를 끼고 이곳저곳에 우뚝 서있는 그의 흔적들을 만나보자. 설사 문학도가 아니더라도 그의 문학에 젖어들게 되고 춘천이 얼마나 아름다운 도시인지를 새삼 실감하며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시간이 되리라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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