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창섭의 글

춘천의 노래비

심봉사(심창섭) 2017. 5. 1. 04:56

    ‘동구 밭 과수원길’ 그 노래비가 춘천에 있다고요?

 

* 오월의 햇살이 눈부시다.

겨울을 맨몸으로 이겨낸 나무들이 싱그러운 연록색 잎을 다투어 피워내고 있다.

 

수필가 피천득은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라고 문학적으로 표현했던 바로 그 아름다운 계절이다.

 

 창가로 다가온 화사한 햇살의 유혹에 산책을 나선다. 양지바른 곳엔 어김없이 꿈틀거리는 초록의 생기가 넘쳐난다. 아카시아 꽃망울은 벌써 아기의 볼처럼 통통하다. 봄이 조금 더 깊어지면 활짝 핀 아카시아 꽃무리가 바람결을 타고 감미로운 향을 뿜어 대리라, 무르익어 가는 오월의 정취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동구 밭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이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 

 

 경쾌하고 아름다운 노랫말로 누구나 함께 부를 수 있는 동요 ‘과수원길’이다. 어린 시절 가위·바위·보로 계단을 오르면서 아카시아 이파리를 하나씩 떼어내던 추억의 놀이 주인공이기도 하다. 내친김에 노래비가 있는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실 춘천에는 여기저기 유명한 노래비가 여러 개 있다. 대표적으로 ‘소양강 처녀“와 ”강촌에 살고 싶네“ 를 손꼽겠지만 춘천교대에서 ’과수원길‘을 비롯해 ’그리운 언덕‘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또 삼천동 시립도서관에는 여성의병장 윤희순의 ’안사람 의병가‘ 노래비도가 있다. 이외에도 박시춘 작곡 ‘봄날은 간다’ 박태준 작곡 ‘동무생각’ 손석우 작곡 ‘나 하나의 사랑’ 노래비가 남이섬에 있다.  

 

  과수원길 동요비가 춘천에? 하며 의아해 하시겠지만 바로 춘천교대 홍익관 뒤 언덕 한 모퉁이에 오롯이 자리하고 있다. 동요의 유명세와는 달리 별로 알려지지 않은 노래비이다. 사각의 화강석 조형물 전면에 “과수원 길”노래비라 크게 새기고 밑으로 악보와 약력 그리고 작곡가의 얼굴을 부조로 만들어 붙였다.

 

  노래비의 주인공은 춘천교대 4회 졸업생인 고성출신 금농琴農 김공선公善선생이다. 동요 500여곡과 교가 100여곡을 작곡한 분으로 1999년 개교 60주년을 맞아 세운 기념조형물이다. ‘과수원길’은 1972년 어린이날을 맞아 박화목 시인의 글에 곡을 붙여 만든 동요이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는 2002년에 세운 ‘그리운 언덕’ 노래 조형물도 있다. 강소천 아동문학가의 글을 작곡한 정세문도 춘천교대출신으로 ‘겨울나무’ ‘어린이 행진곡’ 등을 만든 분이다.

 

  초록물감이 넘쳐나는 오월. 가족들과 소풍삼아 여기저기에 숨어있는 노래비를 찾아보자.  아이들의 손을 잡고 아카시아 꽃향기를 맡고 새소리를 들으며 동요를 함께 불러보자. 오월의 건강한 화음 속에서 행복을 만날 수 있으리라. *




                                 윤희순의 안사람 의병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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