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창섭의 글

춘천의 금석문- 동물위령비

심봉사(심창섭) 2017. 8. 15. 10:29



인류를 위해 사라져간 동물들의 넋을 달래주는 동물위령비를 만나다

 

 

* 재개발이 한창인 퇴계동의 골목길에서 버려진 비석하나와 우연히 마주쳤다.

한자로 수혼비獸魂碑라 새겨진 작은 비석이었다. 비석 앞면에 대표적 명칭을 넣고 뒷면에는 건립에 대한 내용을 넣는 것이 일반적인데 뒷면에 글자가 한자도 없는 백비였다.

짐승 수자에 영혼 혼자를 쓴 것을 보니 분명 동물들을 추모하는 비석인데......

왜 이곳에 이런 비석이 있는 것일까?

아무런 내용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비석 앞에서 궁금증과 답답함이 증폭되어 주변을 살펴보지만 물어볼 사람조차 없었다.

 

한참을 생각하다보니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이 일대가 예전 가축시장이 있었던 곳이고 바로 이곳이 예전에 도축장 건물이 있던 자리였음을 떠올렸다. 보통 도살장 이라고 불렀다. 도시가 팽창하면서 도시의 변두리이던 이 일대가 주거지역으로 변화 되면서 혐오시설이라는 민원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버리고 간 잔해물이였다.

 

건물이 철거되어 텅 빈 공간에 버려진 비석 앞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보았다.

우리의 풍성한 식탁을 위해 사라져간 수많은 가축들이 있었음을 떠올랐다.

이어서 뉴스를 통해 AI 조류인플루엔자나 구제역 등으로 수많은 가축들이 매몰처리 되던 장면도 떠오른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 많은 생명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기만 했다.

 

내친김에 이번호에서는 인간을 위해 희생당한 동물들의 영혼을 위로하고자 세운 조형물을 찾아보았다.

수혼비란 동물들의 넋을 달래주기 위해 세운 기념조형물로 축혼비’ ‘동물위령비동물공양 지비로도 불리는 일종의 추모비이다.

 

수소문 끝에 춘천 강원대학의 수혼비와 한림대학의 동물위령비를 찾았다.

대학의 교정에 건립된 조형물은 도축된 가축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건강이나 복지 등을 위해 실험연구용으로 희생된 동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매년 3월초에 동물위령제를 지내는 강원대 수의학과 앞에 세워진 수혼비 뒷면에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함께함 수금들이여!

전생의 업원으로 축생이 되었지만 허망한 삶과 죽음 장수와 단명이 어찌 다르리

품성은 각기 다르지만 영혼은 같으니라

이제 사람들에게 살신성인의 공덕을 쌓았으니 빛이여 이들을 고이 잠재워 좋은 곳으로 천도해 주시고 우리들에게 새로운 슬기를 일깨워 주소서!‘ 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매년 11월에 위령제를 지낸다는 한림대 의과대학 건물 옆에 위치한 동물위령비에는

동물실험은 의학생물학 연구에 있어서 필요불가결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관련분야의 발전을 위하여 해마다 수많은 동물들이 희생되고 있다.

연구·교육을 위하여 희생된 동물들의 넋을 기리고자 세운다라고 새겨져 있다.

 

동물은 인류에게 굶주림 해결과 의약품 개발로 수많은 질병을 극복하게 해준 고마운 존재이다. 위령제를 통하여 생명에 대한 윤리나 고마움을 표현하는 동시에 살아있는 생명체를 훼손했다는 심적 부담을 줄여 나가는 것이리라. 그들이 좋아하던 사료, 채소 과일 등을 차려 놓고 원혼이라도 평안을 기원하며 명복을 빌어주는 것이다.

 

최근 애완 또는 반려동물의 인기상승과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도시를 중심으로 병원은 물론 전용 카페와 장례 서비스까지 대중화되면서 동물사랑에 대한 새로운 문화가 자리잡혀가고 있다.

 

실험용과 식탁에서 사라진 수많은 생명들을 떠올리며 위령제를 통해 동물사랑과 감사한 마음을 느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리라.

이 참에 춘천의 대표적 먹거리 닭갈비축제 개막행사로 동물()의 영혼을 위무慰撫하는 위령제를 거행해보면 어떨지 모르겠다. *

 








'심창섭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춘천의 조형물 - 학도병   (0) 2017.08.15
장수하늘소  (0) 2017.08.15
춘천의 노래비  (0) 2017.05.01
춘천의 기념물③ 김유정 기념물  (0) 2017.03.21
봄바람  (0) 2017.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