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이 역」
-경춘선 백양 역에서-
- 그의 이름 앞에 그리움이란 단어를 붙인다.
텅 빈 플랫 홈에서 한 소녀가 열차를 기다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것 같은 긴 이별과
한 폭의 수채화같은 수줍은 풍광이 떠오른다.
역무원조차 없는 호젓한 간이역
대합실 벽면을 채운 낙서들.
기억조차 희미해진 사연들이 전설로 남아 수군거리고 칠 벗겨진
나무의자에 진득한 외로움이 묻어난다.
“기차에 올라탄 후 승무원에게 기차표를 발급받으셔요.”
무뚝뚝하게 걸려있는 무승무원 역사의 안내문
하루에 서너 번 정차하는 열차를 위해
종일 키 큰 신호등이 충혈된 눈을 껌벅거리고,
바람이 일 때마다 샛노란 천일국 무더기가 몸을 누이는 풍경조차 눈물겹다.
.
언제부터인지 시가 되고, 소설이 되고,
영화 속의 명소가 되었지만
머지않아 사라져갈 간이역
바람을 가르며 지나치는 급행열차를 느긋한 마음으로 바라보다
울컥 그리움 솟아 한 장의 연서를 쓴다.
보낼 곳도 받을 사람도 없기에 우표도 생략하고.....
기름기 절은 침목사이로 멀리서 속삭이듯 들려오는 기적소리.
그리움마저 하얗게 부셔지는 북한강 은빛물결이 가슴에 안긴다,
가슴이 벅찰 정도로 떠오르는 詩語들을 주체할 수 없어
기다리던 완행열차마저 말없이 보내고 나서 나는 시인이 된다.*
20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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