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옛사진

토마스 누조 기증사진(한국동란 직후 농촌의 가을걷이)

심봉사(심창섭) 2011. 12. 3. 17:56

 

토마스 누조(Thomas Nuzzo) 기증사진 기획전시 사진전

 

 

한국전쟁직후 춘천의 일

 

   이 사진들은 1950년대 한국에 군인으로 복무하였던 토마스 누조(81세)가 촬영했던 사진으로 2010년 춘천시에 기증한 귀중한 자료이다.

1953~1954년 사이에 당시 미군 10군단 공병대원으로 근무지였던 샘밭(현 춘천시 신북읍)에서 인근 주민들의 생활상과 인물을 촬영한 사진 116점 중 전시가 가능한 50여점의 소중한 사진들을 골라 춘천시 문화재단에서 2011 11월 새로개관한 '갤러리 아르'의 개관기념전으로 전시되었던 사진들이다.

 

  전쟁이 막 끝나고 암울했던 시기였지만 어려움과 궁핍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아온 우리들의 희망적 흔적이 사진마다 묻어나 눈길을 끈다.

사진을 촬영한 토마스 누조는 1953년 미국 뉴욕에서 대학을 막 졸업하고 한국에서 군복무하게 되었는데 부대가 소재하여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로 춘천과 인연을 맺는다.

  그 후 세월이 흘러 한국전쟁 60주년 기념 참전용사로 초청 방한한 토마스 누조는 춘천시를 방문해 그동안 고이 간직했던 사진 116매를 기증하였다.

그는 "색다른 문화 속에서 생활하는 순박한 주민들의 모습을 기억하고 싶어서 촬영했었는데 이제는 춘천시민에게 되돌려 주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 사진들은 전쟁이 끝난 직후의 춘천의 모습을 엿볼 수 있고 당시 샘밭 주민들

일상이 담겨있는 사진으로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사진들이다.

  -햇살 좋은 어느 가을날, 멍석을 깔고 고추를 너는 손길이 부산하다. 예전엔 모두 이런 태양초였는데 지금은 고추를 기계로 말린다지, 빨개가 널린 마당에 낙엽이 보이고 돌담장과 나무 섶으로 꾸민 담장 안에서 가을이 머물고 있다.

  - 가을은 추수의 계절. 집집마다 타작이 한창이다. 너른 마당에서 잘 말린 벼를 풍차로 검불을 걷어낸 후 알곡을 가마니에 채우는 가을걷이는 힘은 들었지만 배는 부르기만 했다. 새로 이은 지붕과 아직도 손을 보지 못한 초가지붕이 대조적으로 다가온다.

  - 유난히도 하늘이 맑고 푸른 가을 날. 오줌싸개 소년들이 머리에 쓰고 소금을 얻으려 다녔던 키는 가을이 되면 쓰임새가 끝이 없었다. 콩인지 옥수수인지 가을걷이로 키질을 하는 아낙네의 손길이 바쁘기만 하다

   - 추수를 마치고 쌓아놓은 볏 가마와 새로 이은 지붕의 모습만 봐도 걱정이 사라진다. 풍요로움이 가득한 마당에서 아낙은 무얼 하는지 손길이 바쁘기만 하다

          

- 벼를 묶는 주민 뒤편으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초가집들과 멀리로 저녁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목가적인 풍경이다. 왼편에는 도로와 들판에서 흔하게 만났던 키 큰 미루나무가 정취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