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순의 나이에 불로거가 된 까닭은? -
* 호숫가에서 작은 강돌을 하나 집어 호수를 향해 힘껏 돌을 날렸다. 각도와 힘을 조절해 던진 돌은 수면에 물꽃을 만들며 수면을 아름답게 수놓으며 향기롭게 퍼져나갔다. 무게로만 따진다면 돌은 그대로 물에 잠겨 버려야하지만 내 손길의 강약에 따라 징검다리 놓듯 점점이 물꽃으로 피어났다.
그 꽃이 끝나는 지점에 퇴직이라는 그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갈 곳을 잃은 수많은 빈시간들이 그물에 걸려 몸을 뒤틀며 갑갑함을 호소한다. 무기력감을 이겨내고자 여기저기를 기웃거리지만 반기는 곳이 없었다. 나의 삶은 언제나 한 템보 느린 행보로 일관되어 왔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좋은 구실이 있긴 했지만 약삭빠르지 못한 처세술은 융통성없고 고지식한 사람으로 치부되기만 했다. 탈출을 시도하기로 했다. 늦게나마 아나로그적 삶을 벗어나 보고자 트워터가 대세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얼마전 불로그(blog)를 개설했다. 사실 홈페이지를 하나 갖고 싶었지만 컴맹을 겨우 벗어난 능력에 어쩔 수 없이 쉽게 만들고 사용할 수 있는 불로그를 선택하였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블로그 문을 열었다. 길고 짧은 것을 대봐도 잘 모른다는 286세대로 독수리 타법의 소유자였지만 당당히 불로거가 되었다. 시작은 어설폈지만 의욕은 넘쳐났다.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남의 눈치를 볼 필요없이 상품처럼 진열하고 걷을 수도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기에 걷잡을 수 없는 매력에 빠져 들었다.
고향의 문화를 소개하겠다는 나의 목적은 단순하지만 뚜렸했다. 남아돌던 그 많은 시간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걸까 처음에는 늦은 새벽시간까지 빈 독에 물을 채우듯 사진과 글로 채우기 시작했다. 작고 초라하다는 외형적 이유만으로 관심밖에 있는 향리의 문화유산을 소개하면서 사진과 틈틈이 써놓았던 신변잡기도 올려보고 때론 남의 블러그에서 접한 좋은 글도 옮겨다 놓기도 한다.
아이들과 컴퓨터차지 싸움을 하면서도 새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고, 친구 블러그를 찾아 방문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늘고 있다. 아직 방문객의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무풀의 민망함도 모르는 순수 블러거지만 내가 마주했던 현장경험과 나름대로의 지식을 나누는 공간으로서, 나의 감성이 진득하게 담긴 사진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활기찬 하루를 열고 있다. 한동안은 새 글을 매일 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묶이기도 했지만 요즈음은 가끔씩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여유로움의 블로거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우리함께 블러그의 매력에 빠져보지 않으려 십니까?
*심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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