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하나 동그라미를 보탠다. 해마다 하나씩만 그렸을 뿐인데 어느덧 겹겹의 세월로 그려진 나이테를 마주한다. 육갑六甲을 지나 또 강산이 변한다는 산을 넘고 있다. 돌아보니 아득하다. 언제 이렇게 많은 날들이 지나쳤는지는 모르겠다. ‘열심’이라는 신조 하나로 달려왔을 뿐인데 그 많은 날들이 바람처럼 지나쳤다. 언제나 기다리며 보내야 하는 것이 시간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세월은 기다림 아닌 돌아봄이었고 회상이었다. 태어난 햇수가 꽤나 멀어졌다. 돋보기를 허리춤에 차고 다녀야 마음이 놓인다. 지난 봄날 화사한 꽃을 마주하면서도 몸이 근질근질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변화를 수용하는 것이라는 걸 실감한다. 도원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가 떠오른다. 그렇게 살고 싶었다. 마음대로 되겠냐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