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 있습니다.
*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작은 텃밭 하나를 빌렸습니다.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시시때때로 이곳을 찾습니다.
새내기 농부에게
보잘것없어 보이던 그 자잘한 씨앗들이 싹을 틔우고
그 여리디 여린 모종이 가지를 치는 모습에 빠져들었습니다.
꽃이 피고 난 자리에 어김없이 열매를 만드는 경이로움에
숨 막혀 하며 차마 발길을 돌릴 수 없었습니다.
수확으로 분주했던 가을걷이도 끝나고 어느새 겨울이 되었습니다.
동절기란 핑계로 발길은 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어느 날.
눈이 소복이 쌓인 빈 텃밭을 바라보면서
그들도 쉬여야할 자격이 있고 쉬어가야 할 필요가 있음을 깨닳았습니다.
나의 무심함이 그들에겐 휴식의 시간이 되었고
내년 봄을 싹 틔울 준비할 시간이 되고 있었습니다.
스키를 탈수 있는 여유는 없어도 겨울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스레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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