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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임금님이 권장했던 음식 "칡국수"

* 사실 칡국수를 춘천의 음식으로 표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하지만 춘천의 대표 먹거리인 닭갈비와 마찬가지로 칡국수 역사 또한 그리 길지 않은 근래의 음식이기 때문이다. 칡국수는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로 만든 웰빙 건강음식이다. 약간 쌉싸래한 칡 고유의 향과 매끈 쫀득한 면발의 식감이 특별하다. 특유의 맛과 향으로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유혹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한번 맛을 본 사람들의 입소문에 언론에서도 다투어 소개된 음식이다. 논밭보다 산이 많은 고장이기에 산에서 생산되는 산물이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땔나무火木는 물론 재목, 나물, 열매 등과 산에 사는 동물들 또한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기름지고 영양가 넘치는 음식이 흥청대는 시대지만 특히 농어촌에서 자라..

심창섭의 글 2022.01.11

옥씨기와 강냉이

* 춘천 사람들은 옥수수를 ‘강냉이’ 또는 ‘옥시기’(옥씨기)라고 부른다. 지역사투리로 아직도 많은 토박이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용어이다. '옥수수’는 한자로 옥척서玉蜀黍라고 쓰고 위수수로 발음한다. 따라서 중국음에서 유래하여 한자의 우리식 발음으로 옥수수가 되었다는 설이 가장 신빙성 있다. 또 지방에 따라 옥시기·옥수시·옥쉬이 등과 강냉이·강내이·강내미 등으로 불린다. 옥수수는 ‘수수' 알맹이가 옥구슬처럼 윤택이 나는 작물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옥수수가 표준어이며 강냉이는 낱말로 인정한다. 지역에서 쓰는 강냉이는 옥수수의 별칭이라는 뜻이다. 옥수수를 ‘강냉이’라고 부르는 것은 원산지가 남아메리카로,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전래된 데 연유한다. 남쪽 나라에서 왔다는 뜻의 ‘강남江南’(중국의 양자강 이남..

심창섭의 글 2022.01.11

수필- "뜨덕 국"

촌놈의 절규 * 며칠 내내 빗줄기가 멈추지를 않는다. 눅눅한 장마가 추적거리며 거들먹거리는 걸음이 꽤나 지루하다. 주방에서 아내가 밀가루 반죽을 치대는 소리가 빗소리와 하모니를 이룬다. 아마 오늘저녁 메뉴는 뜨덕국인 듯하다. 아침에 텃밭에서 따온 애호박과 감자도 있으니 오늘같이 눅눅한 날 한 끼 음식으로 제격이리라. 하얀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질척한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뚝뚝 떼어내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투영되는 뜨덕국은 애증의 상징적 음식이기도 하다. 언제나 허기지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그 막연한 그리움이 따사한 온기로 다가온다. 지금이야 별식으로 사랑받지만 예전엔 주식의 하나였다. 둥근 두리반에 둘러앉아 뚝딱 한 양재기씩을 비워대던 서민음식의 대명사였다. 그렇게 그리움과 향수의 음식인 뜨덕국은 내..

심창섭의 글 2022.01.11

산문 - 그 시절의 맛 "짜장면"

*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욱 또렷해지는 기억중의 하나가 바로 음식 맛이다. 추억의 맛은 언제나 담백하고 달큼하다. 맛을 글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뒷맛은 언제나 그리움이다. 생각이 간절해지면 때론 그 추억의 맛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침이 마르도록 감칠맛을 이야기하던 지기를 따라 가는 굽고 좁은 길이 조금 멀기는 했지만 즐겁기만 하다. 허름하지만 그런대로 운치 있는 낯선 식당에서 맛만큼은 자부심을 느낀다는 주인장 말을 귓가로 흘리며 음식을 기다린다. 조심스럽게 숟가락을 들었지만 기대만큼의 맛은 아니다. 만족은 아니었지만 조금 색다른 맛에 그릇을 뚝딱 비우고 돌아왔다. 기름진 음식이 넘쳐나고 배에 기름이 낀 시절이니 설사 예전과 똑같이 조리했다 할지라도 담백한 옛 맛의 느낄 수 없었으리라 자위하곤 했다. 어린..

심창섭의 글 2022.01.11

『춘천의 기념비』 prologue

-봄내골에 남겨진 무채색 유물과의 조우- * 얼마만큼을 이곳에서 살아야 진정한 춘천사람이 되는 것일까. 태어난 곳이 아니어도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정이 든 곳을 제2의 고향이라 했는데 붙박이인 내게 춘천은 어떤 곳이며 어떤 의미일까에 대해 고민했다. 한곳에 터 잡고 오랫동안 살아간다고, 도시 지리를 꿰뚫거나 후미진 곳에 남겨진 문화유적을 알고 있다고 춘천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또한 이곳에서 태어났다는 그 하나만으로 춘천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2000년대 중반 디지털 시대에 편승하고자 불로거가 되었다. 내 고장의 모습을 내 시선으로 담아보고 싶었다. 몇 가지 주제 중 관심의 뒤안길에 있는 비지정 문화유적을 스케치하듯 찾아 나섰다. 사진을 찍고 그곳에서 느낀 단상을 적어나갔다...

심창섭의 글 2021.12.26

양마니 단상

* ‘먹방'이라는 신조어로 요즈음 TV 프로그램이 출렁거리고 있다. 너무 많이 먹는 폭식만 아니라면 정말 괜찮은 프로이다. 복스럽게 먹는 모습을 보다보면 마치 함께 먹고 있는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먹방의 인기는 풍족해진 먹거리 시대의 대리만족이다. 먹을 입에 비해 음식이 부족했던 시절의 아침인사는 ‘진지 잡수셨어요.’였다. 식사를 거르지 않았냐는 염려와 관심이 배여 있는 말이었다. 요즈음에도 전혀 다른 의미지만 ’언제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이 유행한다. 하지만 음식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어쨌거나 먹고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뭇 여성들이 탄수화물을 거부하며 다이어트를 하고 있지만 오히려 새롭고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구는 더 높아졌다. 그 바램을 먹방이라는 예능을 통해 대리만족으로..

심창섭의 글 2021.12.26

십이월의 지청구*

* 또 하나 동그라미를 보탠다. 해마다 하나씩만 그렸을 뿐인데 어느덧 겹겹의 세월로 그려진 나이테를 마주한다. 육갑六甲을 지나 또 강산이 변한다는 산을 넘고 있다. 돌아보니 아득하다. 언제 이렇게 많은 날들이 지나쳤는지는 모르겠다. ‘열심’이라는 신조 하나로 달려왔을 뿐인데 그 많은 날들이 바람처럼 지나쳤다. 언제나 기다리며 보내야 하는 것이 시간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세월은 기다림 아닌 돌아봄이었고 회상이었다. 태어난 햇수가 꽤나 멀어졌다. 돋보기를 허리춤에 차고 다녀야 마음이 놓인다. 지난 봄날 화사한 꽃을 마주하면서도 몸이 근질근질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변화를 수용하는 것이라는 걸 실감한다. 도원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가 떠오른다. 그렇게 살고 싶었다. 마음대로 되겠냐마..

심창섭의 글 2021.12.26

모모한 일상

* 코로나19로 지구촌이 비틀거리고 있다. 인종과 지역에 관계없이 모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답답한 세상의 한가운데 내가 서있게 될 줄이야! 아마 역사는 코로나가 21세기를 흔든 재앙으로 기록할 것이다. 1·2차 세계대전보다도 더 인류를 두려움에 떨게 한 실체 없는 상대였다. 국경도, 무기도, 이념이나 종교도 아닌 보이지도 않는 한방(onepunch)으로 지구촌이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인류를 한 번에 가장 많이 죽인 것은 전쟁이 아닌 질병이라고 한다. 14세기에도 2억여명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흑사병이 있었다. 이후에도 스페인 독감, 홍콩독감, 신종플루, 사스와 메르스 등 몇 차례 독감바이러스와 에이즈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동안 당연시 여겨졌던 평범한 일상들이 지워지고 통제되고 있다. ..

심창섭의 글 2021.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