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춘천의 봄 춘천의 봄 심창섭 - 호수너머 찻집의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의암호 건너편에 불쑥 솟아오른 봉의산을 무심하게 바라봅니다. 커피 잔의 수증기가 안개처럼 피어올라 당신이 순간적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개의치 않고 커피 향에 취합니다. 때론 춘천의 진한안개가 당신을 유괴.. 심창섭의 글 2011.11.25
수필 - 돋보기가 있는 풍경 돋보기가 있는 풍경 심 창 섭 이번엔 왼쪽 눈을 가리세요. 사무적으로 명령하는 그녀의 지시에 따라 나는 오른쪽 눈을 가리던 주걱모양의 기구로 왼쪽 눈을 가린다 그녀가 차량 안테나 같이 생긴 금속봉으로 가리키는 숫자와 형태를 큰소리로 때론 손가락질로 방향을 가리킨다. 3, 7. 5. 8. 4. 나비...... .. 심창섭의 글 2010.12.18
수필- 골목길의 사유(2010 춘천문학) (수 필) 골목길의 思惟 심창섭 * 닫혀진 대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골목길, 한 여름임에도 골목길엔 평상도, 돗자리도 보이지 않는다. 모깃불 놓고 둘러앉아 라디오 연속극을 듣던 정겨운 모습은 이미 찾아볼 수가 없었다. 순해빠져 아무 길손에게나 꼬리를 흔들고 반기던 바둑이도 없었다.. 심창섭의 글 2010.12.14
수필 - 군자란 군자란(君子蘭) 沈 昌 燮 * 분무기로 샤워를 마친 화초에서 뿜어나는 싱그러움으로 상쾌한 아침이 시작 된다. 아내가 분무하는 물안개가 꽃잎 끝에 매달려 투명한 보석처럼 빛을 발한다. 10여년 여기저기 남의 집을 떠돌다 평생 처음으로 내 집의 소유권을 인정받고 당당히 입성했던 그날의 기억이 새삼.. 심창섭의 글 2010.05.05
수필 - 봄내골 신선 봄내골 신선(神仙) 심 창 섭 산으로 울타리를 두른 춘천의 일출은 또 다른 경이로움이다. 어둠 속의 춘천을 깨우려고 밤새 도시를 기웃거리던 태양은 도시의 동쪽을 가로막고 있는 대룡산의 등허리를 헤치며 솟아오른다. 우유빛 그리움의 도시 춘천. 안개가 자욱이 깔린 의암호 건너편 중도마을의 미.. 카테고리 없음 2010.05.03
수필 - 부정유감(父情有感) 부정유감(父情有感) 심 창 섭 * 아이에게 손찌검을 했다. 아이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숨죽이며 흐느끼는지, 고통이나 수치감을 삭히는지 가끔씩 이불이 들썩거리는 모습이 문틈으로 보인다. 냉수를 한잔 들이키고 창밖 풍경을 무심히 바라보다보니 흥분된 마음이 서서히 진정되어.. 심창섭의 글 2010.04.27
수필 - 흔들리는 일상 흔들리는 일상 심창섭 오늘도 어제처럼 아침이 시작되고 있다. 밤새 어깨를 맞대고도 모자라 통로까지 넘쳐나던 차량들이 약속이나 한 듯 꼬리를 물고 쫓기듯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겨울방학 기간인데도 밖에서 노는 아이들조차 없는 도시의 아파트 주차장. 피아노의 검은 건반처럼 여기저기에 이 빠.. 심창섭의 글 2010.04.23
수필 - 팔불출(八不出) 팔불출(八不出) 심 창 섭 * “아빠! 왜 사이다만 먹으면 코에서 비가와? ” 하며 턱 앞에서 크고 초롱한 눈망울을 꿈벅이던 막내녀석이 벌써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 열흘에 한번씩 주는 1,000원의 용돈으로 올해 어버이날엔 제 엄마에게 8,000원의 거금을 주고 산 빨간 카네이션 꽃다발을 안겨 아내를 .. 심창섭의 글 2010.04.22
산문 - 생강나무 생강나무 沈昌燮 “에이! 그놈의 동백꽃 때문에......” 점심시간, 커피자판기 앞에서 애꿎은 일회용 종이컵을 구겨 던지며 함대리가 묘한 웃음을 지으며 투덜댄다. 함께 커피를 마시던 직원들이 씨- 웃으며 주머니 속에서 속칭 배춧잎으로 불리는 만원권 다섯 장씩을 전해준다. 어제 생각지도 않게 마.. 심창섭의 글 2010.04.22
수필- 多不有時 (다불유시) 多不有時 심 창 섭 * 요즈음은 어느 집이나 거실에 한 두점씩의 예술품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 걸려 있다. 그중에서도 음식점이나 사무실에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는 동양화나 서예작품들. 불과 30여년전만 해도 소위 이발소 그림이라 불리는 값싼(?)복제 유화나 달력그림을 오려 액자에 넣어 대청마루에.. 심창섭의 글 2010.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