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창섭 467

개인전 [시공Ⅰ] 2021. 10.15~10.21(춘천미술관)

「時空Ⅰ」 - 폐교각의 언어학 * 문화의 도시, 호반의 도시 이미지의 다양성을 찾고자 했다. 향리의 사진인으로 창작이라는 화두話頭에 빠져 사진의 기록성을 등한시 해온 것을 통감하고 있다. 창작과 기록 두 가지를 아우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 지근에 있어 무심한 풍경에 시선을 돌렸다. 의암호에 천덕꾸러기로 있는 폐 교각⁺이다. 이 교각을 내 사진기에 처음 담았던 1982년의 흑백사진이 단초가 되었다. 풍경은 어떤 시선과 마음으로 보고 해석하는가의 차이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비슷한 사진은 있어도 똑같은 사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차별화가 쉽지 않은 단순함이 부담스러웠지만 고집스럽게 관심을 주던 대상이었다. 억지 의미부여는 배제하기로 했다. 풍화된 옛 비석을 분석하는 역사학도의..

『춘천의 기념비』 prologue

-봄내골에 남겨진 무채색 유물과의 조우- * 얼마만큼을 이곳에서 살아야 진정한 춘천사람이 되는 것일까. 태어난 곳이 아니어도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정이 든 곳을 제2의 고향이라 했는데 붙박이인 내게 춘천은 어떤 곳이며 어떤 의미일까에 대해 고민했다. 한곳에 터 잡고 오랫동안 살아간다고, 도시 지리를 꿰뚫거나 후미진 곳에 남겨진 문화유적을 알고 있다고 춘천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또한 이곳에서 태어났다는 그 하나만으로 춘천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2000년대 중반 디지털 시대에 편승하고자 불로거가 되었다. 내 고장의 모습을 내 시선으로 담아보고 싶었다. 몇 가지 주제 중 관심의 뒤안길에 있는 비지정 문화유적을 스케치하듯 찾아 나섰다. 사진을 찍고 그곳에서 느낀 단상을 적어나갔다...

심창섭의 글 2021.12.26

모모한 일상

* 코로나19로 지구촌이 비틀거리고 있다. 인종과 지역에 관계없이 모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답답한 세상의 한가운데 내가 서있게 될 줄이야! 아마 역사는 코로나가 21세기를 흔든 재앙으로 기록할 것이다. 1·2차 세계대전보다도 더 인류를 두려움에 떨게 한 실체 없는 상대였다. 국경도, 무기도, 이념이나 종교도 아닌 보이지도 않는 한방(onepunch)으로 지구촌이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인류를 한 번에 가장 많이 죽인 것은 전쟁이 아닌 질병이라고 한다. 14세기에도 2억여명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흑사병이 있었다. 이후에도 스페인 독감, 홍콩독감, 신종플루, 사스와 메르스 등 몇 차례 독감바이러스와 에이즈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동안 당연시 여겨졌던 평범한 일상들이 지워지고 통제되고 있다. ..

심창섭의 글 2021.12.26

독수리 검법

* 톡, 톡, 토옥~ 타 닥! 낙숫물 소리가 그치지 않고 이어진다. 느리기는 하지만 나름의 박자감이 있다. 소리가 울릴 때마다 모니터 화면에 모음과 자음이 결합되며 글자가 한자씩 완성된다. 마치 석수장이가 글자를 새기는 듯 지극한 노력과 정성이다. 독수리 타법보다도 더 느리다는 낙숫물 타법이다. 양손의 검지와 중지가 나름 바쁘게 움직이지만 더듬거리는 거북이걸음이다. 게다가 병아리 물먹고 하늘 보듯 쉴 새 없이 자판과 화면을 보며 까닥이는 고갯짓까지 동반한다. 그런 모습으로 27여년의 직장생활을 마감했다. 참 둔하고 딱한 사람이라고 하겠지만 변명할 사연이 꽤나 길다,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서류는 펜으로 작성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이후 사무실마다 타자기가 놓였지만 그건 여직원의 몫이었다. 직원들..

심창섭의 글 2021.12.26

수필 '모모한 일상'

모모한 일상 * 코로나19로 지구촌이 마구 흔들리고 있다. 인종과 지역에 관계없이 모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답답한 세상의 한가운데 내가 서있게 될 줄이야! 아마 역사는 코로나가 21세기를 흔든 재앙으로 기록할 것이다. 1·2차 세계대전보다도 더 인류를 두려움에 떨게 한 실체 없는 상대였다. 국경도, 무기도, 이념이나 종교도 아닌 보이지도 않는 한방(onepunch)으로 지구촌이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인류를 한 번에 가장 많이 죽인 것은 전쟁이 아닌 질병이라고 한다. 14세기에도 2억여명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흑사병이 있었다. 이후에도 스페인 독감, 홍콩독감, 신종플루, 사스와 메르스 등 몇 차례 독감바이러스와 에이즈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동안 당연시 여겨졌던 평범한 일상들이 지워지고 ..

심창섭의 글 2020.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