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손끝으로 다가오는 작은 행복 손끝으로 다가오는 작은 행복 심 창 섭 - 태를 자른 곳이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고향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 포근함과 그리움의 대명사이다. 그것이 내가 춘천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이다. 청년기에 잠시 타향 살이에서 젖은 손수건의 의미를 실감한 후 고향을 떠날 엄두를 못 내고 있.. 심창섭의 글 2010.04.22
산문 - 생강나무 생강나무 沈昌燮 “에이! 그놈의 동백꽃 때문에......” 점심시간, 커피자판기 앞에서 애꿎은 일회용 종이컵을 구겨 던지며 함대리가 묘한 웃음을 지으며 투덜댄다. 함께 커피를 마시던 직원들이 씨- 웃으며 주머니 속에서 속칭 배춧잎으로 불리는 만원권 다섯 장씩을 전해준다. 어제 생각지도 않게 마.. 심창섭의 글 2010.04.22
수필 - 하얀낙조 하얀 낙조 沈昌燮 거울을 대할 때마다 눈가의 골이 깊어 감을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세월이 지나치고 있다. 하루를 여는 아침면도를 위해 잠깐씩 대하는 시간을 빼고는 거울을 대하는 숫자가 현저히 줄고 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구체화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리라. 여자는 30대.. 심창섭의 글 2010.04.21
수필- 多不有時 (다불유시) 多不有時 심 창 섭 * 요즈음은 어느 집이나 거실에 한 두점씩의 예술품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 걸려 있다. 그중에서도 음식점이나 사무실에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는 동양화나 서예작품들. 불과 30여년전만 해도 소위 이발소 그림이라 불리는 값싼(?)복제 유화나 달력그림을 오려 액자에 넣어 대청마루에.. 심창섭의 글 2010.04.20
수필- 꿈을 꿀까, 꿈을 이룰까? 꿈을 꿀까, 꿈을 이룰까? 沈昌燮 * 어디선가 소곤소곤 거리는 듯한 아주 작은 소리에 잠이 깨었다. 눈을 부비며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늦게 잠들은 아내가 깰까봐 살며시 안방문을 열었다. 창밖의 보안등 불빛에 어슴푸레 거실의 윤곽이 드러난다. 딸아이의 방문 틈사이로 불빛이 가늘게 삐져나오고 있.. 심창섭의 글 2010.04.19
꽁트 - 솔로몬의 미소 솔로몬의 미소 沈 昌 燮 - 10여명에 불과한 우리사무실 과원의 행보는 늘 뻔했다. 집집마다 가족의 취향은 물론 젓가락 숫자까지 서로를 알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솥밥을 먹기 시작한지가 벌써 10여년이 넘었으니 당연히 그럴 만도 하다. 아무리 헌옷을 입고와도 못보던 옷을 입고 오면 착복.. 심창섭의 글 2010.04.19
수필- 유리벽 유 리 벽 沈昌燮 * 새 한마리가 느닷없이 사무실로 날아들었다. 다시 탈출을 시도하려고 아우성치는 모습으로 보아 일부러 사무실로 들어온 것은 아니리라. 드넓은 하늘을 자유롭게 마음껏 날다 얼떨결에 좁은 공간에 갇혀버린 새는 어쩔줄을 몰라 탈출을 시도한다. 밖이 훤히 보이는 밖을 향해 돌진.. 심창섭의 글 2010.04.19
수필- 인연(因緣) 인 연 (因緣) 심 창 섭 * 아직도 손시린 겨울인데 벌써 절기는 오늘이 입춘(立春)이란다. 창밖의 찬 바람은 창을 흔들어 대고 있었지만 유리창을 통해 아파트 거실 안으로 들어오는 빛은 화사하고 따뜻하기만 하다. 베란다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큰 어항 에도 봄볕이 들어 물고기들이 움직일 때마다 유.. 심창섭의 글 2010.04.19
수필 - 타임머쉰 타임머신 심창섭 * 기억의 뒤안길에서 가물거리던 실타래가 풀려나온다. 완전히 잊혀진줄 알았던 시간의 흔적이 한 올의 끄나풀을 당기자 술술 이어진다. 인간이 기억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일까. 그리고 기억량은 얼마나될까. 나이가 들면서 어제 일도 아니 잠시전의 일도 깜박하는 건망증 증세로 가.. 심창섭의 글 2010.04.19
수필 - 아내의 가출 아내의 가출 심창섭 아내가 훌쩍 집을 떠났다 20여 년간의 결혼생활, 중년여인에게 그 무섭다는 우울증까지 억척스럽게 견디어낸 아내에게 부족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녀만 빠져나간 것이 아니라 집안의 온기마저 함께 빠져나갔는지 을씨년스러움에 자꾸 헛기침이 나고 헛헛한 갈증에 입술이 마.. 심창섭의 글 2010.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