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부정유감(父情有感) 부정유감(父情有感) 심 창 섭 * 아이에게 손찌검을 했다. 아이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숨죽이며 흐느끼는지, 고통이나 수치감을 삭히는지 가끔씩 이불이 들썩거리는 모습이 문틈으로 보인다. 냉수를 한잔 들이키고 창밖 풍경을 무심히 바라보다보니 흥분된 마음이 서서히 진정되어.. 심창섭의 글 2010.04.27
수필 - 흔들리는 일상 흔들리는 일상 심창섭 오늘도 어제처럼 아침이 시작되고 있다. 밤새 어깨를 맞대고도 모자라 통로까지 넘쳐나던 차량들이 약속이나 한 듯 꼬리를 물고 쫓기듯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겨울방학 기간인데도 밖에서 노는 아이들조차 없는 도시의 아파트 주차장. 피아노의 검은 건반처럼 여기저기에 이 빠.. 심창섭의 글 2010.04.23
수필 - 팔불출(八不出) 팔불출(八不出) 심 창 섭 * “아빠! 왜 사이다만 먹으면 코에서 비가와? ” 하며 턱 앞에서 크고 초롱한 눈망울을 꿈벅이던 막내녀석이 벌써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 열흘에 한번씩 주는 1,000원의 용돈으로 올해 어버이날엔 제 엄마에게 8,000원의 거금을 주고 산 빨간 카네이션 꽃다발을 안겨 아내를 .. 심창섭의 글 2010.04.22
수필 - 손끝으로 다가오는 작은 행복 손끝으로 다가오는 작은 행복 심 창 섭 - 태를 자른 곳이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고향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 포근함과 그리움의 대명사이다. 그것이 내가 춘천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이다. 청년기에 잠시 타향 살이에서 젖은 손수건의 의미를 실감한 후 고향을 떠날 엄두를 못 내고 있.. 심창섭의 글 2010.04.22
수필 - 하얀낙조 하얀 낙조 沈昌燮 거울을 대할 때마다 눈가의 골이 깊어 감을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세월이 지나치고 있다. 하루를 여는 아침면도를 위해 잠깐씩 대하는 시간을 빼고는 거울을 대하는 숫자가 현저히 줄고 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구체화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리라. 여자는 30대.. 심창섭의 글 2010.04.21
수필- 多不有時 (다불유시) 多不有時 심 창 섭 * 요즈음은 어느 집이나 거실에 한 두점씩의 예술품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 걸려 있다. 그중에서도 음식점이나 사무실에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는 동양화나 서예작품들. 불과 30여년전만 해도 소위 이발소 그림이라 불리는 값싼(?)복제 유화나 달력그림을 오려 액자에 넣어 대청마루에.. 심창섭의 글 2010.04.20
수필- 꿈을 꿀까, 꿈을 이룰까? 꿈을 꿀까, 꿈을 이룰까? 沈昌燮 * 어디선가 소곤소곤 거리는 듯한 아주 작은 소리에 잠이 깨었다. 눈을 부비며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늦게 잠들은 아내가 깰까봐 살며시 안방문을 열었다. 창밖의 보안등 불빛에 어슴푸레 거실의 윤곽이 드러난다. 딸아이의 방문 틈사이로 불빛이 가늘게 삐져나오고 있.. 심창섭의 글 2010.04.19
꽁트 - 솔로몬의 미소 솔로몬의 미소 沈 昌 燮 - 10여명에 불과한 우리사무실 과원의 행보는 늘 뻔했다. 집집마다 가족의 취향은 물론 젓가락 숫자까지 서로를 알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솥밥을 먹기 시작한지가 벌써 10여년이 넘었으니 당연히 그럴 만도 하다. 아무리 헌옷을 입고와도 못보던 옷을 입고 오면 착복.. 심창섭의 글 2010.04.19
수필- 유리벽 유 리 벽 沈昌燮 * 새 한마리가 느닷없이 사무실로 날아들었다. 다시 탈출을 시도하려고 아우성치는 모습으로 보아 일부러 사무실로 들어온 것은 아니리라. 드넓은 하늘을 자유롭게 마음껏 날다 얼떨결에 좁은 공간에 갇혀버린 새는 어쩔줄을 몰라 탈출을 시도한다. 밖이 훤히 보이는 밖을 향해 돌진.. 심창섭의 글 2010.04.19
수필- 인연(因緣) 인 연 (因緣) 심 창 섭 * 아직도 손시린 겨울인데 벌써 절기는 오늘이 입춘(立春)이란다. 창밖의 찬 바람은 창을 흔들어 대고 있었지만 유리창을 통해 아파트 거실 안으로 들어오는 빛은 화사하고 따뜻하기만 하다. 베란다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큰 어항 에도 봄볕이 들어 물고기들이 움직일 때마다 유.. 심창섭의 글 2010.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