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그런 거였다.[시로쓰는 에세이(시와 소금) 2016 가을호(19)] 삶은 그런 거였다. 심 창 섭 * 능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주고받는 뻐꾸기 소리가 아련한 초록아침이 싱싱하다. 방아다리 사이에서 고추가 다투어 식구를 늘이고 겨우 손가락 크기의 오이 끝 노란 꽃송이에 벌 몇 마리 붕붕대는 텃밭, 목긴 장화에 밀짚모자 눌러쓴 도시농부의 손길이 분주.. 심창섭의 글 2016.09.19
수필- 느림의 발라드(2016, 청선낭송회 발표) 원고청탁 주제 느림의 발라드 樂涯 심창섭 * 어려서 부모를 잃은 그 이유하나로 내 청년기의 삶은 언제나 숨참이었다. 바쁘게 살아가야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치부置簿하던 시절, 천천히, 느긋함으로 연상되는 느림이란 배부름과 게으름의 동의어이자 사치스러움을 지칭하는 또 하나의 .. 심창섭의 글 2016.04.04
수필 '인연의 끈' 2016 김유정 추모문집 수록작품 '수필' 인연의 끈 심창섭 * 어느 나른한 오후 무료함을 달래고자 무심히 얄팍한 책 한권을 집어 들었다. 심심할듯하여 과자 한 봉지도 미리 준비했다. 제목조차 보지 않고 아무 생각없이 시작한 책읽기였지만 페이지를 넘기면서 서서히 작품 속에 빠져들었다. 주전부리 과자봉지가 언제 .. 심창섭의 글 2016.04.04
그녀(2016 김유정 추모문집 수록 작품) 그녀 심창섭 봄꽃 앞에 서면 그리 예쁘지는 않아도 누이 같고 감참외 같다던 키 작은 점순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또 고갯마루 나무에 기대어 오매불망 도련님 편지를 기다리고 있을 이쁜이도 떠오른다. 아니, 시루 안마을 여기저기에서는 솥단지를 받아들고 짐을 싸는 들병이 계숙이와 .. 심창섭의 글 2016.04.04
2016 김유정 추모문집 "춘천의 봄, 그리고 그리움" 발간사 발간사 * 올봄에도 어김없이 동백이 제일먼저 꽃망울을 터트렸다. 비로소 춘천에 봄이 시작되고 동백꽃과 함께 그가 다가왔다. 김ㆍ유ㆍ정 화사한 봄볕조차 차단한 어둡고 좁은 방에서 각혈로 원고지를 채워야 했던 처절한 외로움과 아픔이 꽃으로 피어나고 있다. 돌아올 수 없는 길을 .. 심창섭의 글 2016.04.04
창가의 난을 바라보며 사색에 빠져보다. 창가의 난을 바라보며 사색에 빠져보다. * 몇년에 한번 씩 어렵사리 꽃 피우는 난蘭을 정성으로 키우고 있다. 난초가 군자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기도 했지만 아름다운 선과 운치를 따라갈 만한 화초가 없기 때문이다. 조선선비의 고고함과 기개의 상징적인 의미보다도 창가에서 실루엣.. 심창섭의 글 2016.02.25
수필- 증말 죄송해유~ 증말 죄송해유~ 樂涯 심 창 섭 * 빵! 빵! 신경질적으로 뒤쪽에서 경적소리가 계속 울렸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백미러를 보고 싶었지만 그건 마음뿐이었다. 그저 운전대를 두 손으로 꽉 움켜잡고 앞만 보고 엉금엉금 기어가던 그런 초보운전 시절이 있었다. 부딪칠 듯 쏜살같이 스쳐가는 .. 심창섭의 글 2016.02.06
수필- 작은 텃밭의 노래 작은 텃밭의 노래 樂涯 심 창 섭 * 나는 사이비 농사꾼이다. 아니 인터넷 농사꾼이다. 10여 년 전 직장에서 마련해 주었던 작은 텃밭을 가꾸는 것으로 나의 농사이력이 시작 되었다. 어린 시절 화단에 분꽃, 채송화, 국화 등을 가꾼 적은 있었지만 농사는 처음이었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 심창섭의 글 2016.02.05
수필- 고향에서 고향을 그리다 樂涯 심창섭 * 추석을 이틀 앞두고 생각지도 않은 전화를 받았다. 정말 오래전에 경제적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등져야 했던 친구였다. 어렵사리 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했다며 잊힌 사람이 되어 있을까 불안했는지 격앙激昂된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몇 번씩 되풀이했다. 숨차.. 심창섭의 글 2016.02.05
2015 강원한국수필문학상 수상소감 2015 강원한국수필 문학상 수상소감 樂涯 심창섭 * 요람에서 흔들리며 시작된 삶이라 그래서일까. 바람을 느낄 수 없었음에도 촛불이 흔들거리듯 참으로 많이도 흔들리며 아파했다. 아직도 여행은 끝나지 않아 흔들리는 인생버스에 몸을 맡긴 채 차창 밖 지나치는 세월의 풍경을 바라본다.. 심창섭의 글 2016.02.05